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총 800조원을 쏟아붓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로 광주 군공항 부지가 낙점된 지 사흘 만에, 정부가 일대 토지시장에 선제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규모 개발 기대감이 투기 수요로 이어지는 흐름을 초기에 끊겠다는 취지다.
국토교통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9일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호남 반도체 첨단국가산단 사업 예정지 일원 총 364.19㎢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대상 지역은 광산구(124.98㎢), 동구(22.66㎢), 서구(26.94㎢), 남구(44.76㎢), 북구(28.72㎢)와 나주시(97.93㎢), 장성군(5.43㎢), 화순군(12.77㎢)으로, 오는 14일부터 효력이 발생해 2028년 7월 13일까지 2년간 유지된다.
이번 조치는 지난 6일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 중 하나인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조성 부지를 광주 군공항으로 공식 결정한 데 따른 직접적인 후속 대응이다. 820만㎡에 달하는 군공항 부지는 대규모 평탄화가 이미 완료된 국유지인 데다 광주 도심과 KTX 광주송정역에 인접해 있어 반도체 전문 인력 수급과 정주 여건 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도로·공항·항만 등 물류 인프라와의 연계성도 입지 선정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정부의 신속한 규제 지정에는 과거 대형 개발 사업에서 반복된 투기 전례가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 2019년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확정 당시 인접 지역이 토허구역으로 지정됐고, 2023년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이 위치할 용인 이동·남사읍도 같은 조치가 취해졌다. 군공항 이전 논의가 본격화된 이후 광산구 도산동·송정동 일대에서 이미 호가가 들썩이는 움직임이 나타났고, 반도체 산업단지 유치 확정으로 기대감이 한층 달아오른 상황이었다. 여기에 최근 화성 동탄구가 4주 연속 1%대 이상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을 기록하며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 일대의 부동산 과열이 현실화된 점도 정부의 선제적 판단을 이끌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를 거래할 때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거용 토지는 실거주, 상업·공업용 토지는 실제 사업 목적이 인정돼야 거래가 가능하다. 허가 이후에도 5년 이내의 실이용 의무가 부과되며, 이를 어길 경우 이행명령과 이행강제금이 따른다. 용도지역별로 일정 면적을 초과하는 모든 토지 거래가 허가 대상에 해당한다.
국토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이상 거래 및 투기 행위 등 위법 의심 행위가 확인될 경우 관계기관과 협조해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