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세제개편안이 부동산 시장의 변곡점이 되고 있다. 초고가 주택을 겨냥한 보유세·양도세 강화 기조가 확정 수순을 밟으면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일대에서 10년 이상 집을 품어온 장기보유자들이 속속 매도 결단을 내리고 있다. 세금 혜택이 줄어들기 전 차익을 실현하려는 은퇴 고령층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1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집계에 따르면, 8·3 세제개편안 발표 직후부터 지난달 말(29일 기준)까지 두 달간 서울 집합건물(아파트·연립·다세대·오피스텔 등)을 처분한 소유주는 총 1만6698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10년 이상 장기보유자는 6958명으로 전체의 42%를 차지했다. 연초(1~2월) 장기보유 비중 36%와 비교하면 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강남3구의 장기보유 매도자는 1297명으로, 서울 전체의 약 20%에 달했다. 올해 강남3구 매도자 중 60세 이상 비중은 46.7%로 전년 동기 대비 4.4%포인트 상승했으며, 강남구가 48.3%로 가장 높았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강남3구의 10년 초과 보유자 비중은 서울 전체 평균보다 6.4%포인트 높게 나타나, 고령·장기보유자 집중 현상이 뚜렷하다.
구간별로 들여다보면 지역마다 패턴이 다소 다르다. 강남구에서는 20년 초과 보유자(159명)가 가장 많았고, 10년 초과 15년 이하(149명)·15년 초과 20년 이하(99명) 순이었다. 서초구는 10년 초과 15년 이하(133명)·20년 초과(123명)·15년 초과 20년 이하(59명) 순으로 매도가 이뤄졌다. 송파구에서는 10년 초과 15년 이하(237명)·20년 초과(209명)·15년 초과 20년 이하(129명)로, 중단기 장기보유자의 처분이 두드러졌다.
이 같은 흐름은 고가 1주택 및 비거주 1주택을 정조준한 세제 변화가 현실로 굳어지는 과정에서 나타난 선제 대응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공개한 세제개편 확정안에는 비거주 1주택 기본공제 12억원 유지, 종부세 세 부담 상한 150% 유지 등 일부 완화 내용이 담겼으나,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과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한도 신설 및 단계적 보유 요건 폐지 등 고가주택 세 부담을 전반적으로 늘리는 방향은 그대로 유지됐다.
이는 수십 년을 실거주해 온 1주택자들이 장특공제 혜택이 줄어들기 전 양도차익을 실현하려는 움직임과 맞닿아 있다. 은퇴 후 별도 소득이 없는 고령층이나, 집값이 지나치게 올라 증여도 쉽지 않은 보유자들을 중심으로 매도 쪽으로 방향을 튼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거주 요건을 갖춘 일부 장기보유자들은 전·월세를 놓고 버티는 전략을 택하고 있어, 향후 매도 비중이 계속 늘어날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강남3구와 대조적으로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는 한강벨트·중저가 자치구에서는 '10년 초과 15년 이하' 보유자들의 매도가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집값 상승분을 현금화해 상급지 급매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맞물린 결과다. 강동구는 이 구간 매도자가 108명으로 해당 지역 내 전 구간 중 최다였으며, 강서구(143명)·성북구(129명)·동작구(116명)·마포구(109명)·강북구(70명) 등에서도 10~15년차 보유자의 처분이 집중됐다. 올해 들어 이 지역들의 집값 상승 속도가 빨랐던 점이 갈아타기 수요를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남3구 아파트값은 절세 매물 증가로 이미 한 달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제개편안 확정 이후 강남3구 매물 수는 전월 대비 18%, 전년 동기 대비로는 61% 급증했다. 반포자이 전용 84㎡는 최근 호가가 42억원대로 7월 실거래가(52억원)보다 10억원가량 내려앉았고,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전용 108㎡도 5월 신고가보다 8억원 이상 낮은 급매가 등장했다. 이에 따라 8월 강남3구 아파트 신고가 건수는 연초(384건)의 4분의 1 수준인 100건대로 급감했다.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강남3구는 세제개편안의 정책 불확실성과 국제유가·미 국채 금리 상승 등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겹치며 위축된 모습"이라며 "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금리 인상에 따른 투자심리도 위축된 만큼 거래 둔화와 가격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