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매물이 줄고 집값 추가 상승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서울에서 생애 처음으로 주택을 마련하려는 20·30대의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거래에서 생애 첫 집 구매 비중이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7월에는 그 절대적 규모마저 5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의 서울 집합건물 생애최초 매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7월 서울 전체 생애최초 매수 건수는 7547건으로 집계됐다. 전월인 6월(7210건)보다 4.7% 증가한 수치로,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던 2021년 11월(7886건) 이후 4년 8개월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올해 들어 생애최초 매수세가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려온 가운데, 7월 수치는 2020~2025년 같은 달 평균(5158건)과 비교해도 46% 가량 많은 수준이다.
이처럼 생애최초 매수가 늘어난 배경으로는 복합적인 요인이 꼽힌다. 우선 전세 매물 감소와 빠른 월세화로 임차 시장의 주거비 부담이 커진 점이 작용했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처음으로 7억 원을 돌파했다. 여기에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한 차례도 하락하지 않고 매월 오르자 "더 늦기 전에 사야 한다"는 심리도 실수요자들 사이에 퍼졌다. 시중은행들이 대출 관리 강화 기조에 들어서면서 잔금 일정을 앞당기는 당김 효과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연령별로는 20·30대의 매수세 증가가 단연 두드러졌다. 30대 생애최초 매수는 6월 3979건에서 7월 4300건으로 늘며 전체 비중이 55.2%에서 57.0%로 확대됐다. 20대 역시 765건에서 887건으로 증가해 비중이 10.6%에서 11.8%로 올랐다. 두 연령대를 합산하면 전체 생애최초 매수자의 68.8%, 약 10명 중 7명이 20·30대인 셈이다. 반면 50대(654건→571건)와 60대(321건→274건)는 모두 감소해, 이번 매수 증가가 젊은 실수요층 중심으로 이뤄졌음이 확인됐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적용되는 완화된 대출 기준도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20·30대의 매수 결정을 뒷받침한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서울을 비롯한 규제지역에서 일반 차주의 담보인정비율(LTV)이 40%로 제한되는 반면,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는 규제지역에서도 최대 LTV 70%를 적용받는다. 다만 최근 은행권 가계대출 총량 관리로 생애최초 주담대 한도가 3억 원으로 축소됐고, 금융당국은 이를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향후 정책 변화가 주목된다.
지역별로는 가격과 교통 접근성을 동시에 갖춘 서울 외곽 중저가 지역에 수요가 집중됐다. 은평구가 841건(11.1%)으로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았고, 노원구 607건(8.0%), 강서구 526건(7.0%), 송파구 458건(6.1%), 성북구·구로구 각 413건(5.5%)이 뒤를 이었다. 특히 은평구의 비중 상승이 가파르다. 올해 1~5월 5~6%대를 유지하던 은평구 비중은 6월 8.7%, 7월 11.1%로 두 달 만에 약 1.9배 수준으로 뛰었다. 지하철 3·6호선을 통한 도심 접근성과 재개발로 조성된 대단지 준신축 아파트,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 가격대가 어우러진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0억 9526만 원인 데 반해 은평구는 8억 9319만 원, 노원구는 6억 9835만 원으로 서울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은평구 아파트 시장에서는 가격 상승 압력도 확인된다. 응암동 백련산해모로, 녹번역e편한세상캐슬, 수색·증산동 DMC뉴타운 일대 준신축 대단지를 중심으로 직전 최고가를 경신한 신고가 거래 비중이 4월 18.1%에서 5월 21.1%, 6월 24.5%, 7월 28.7%로 4개월 연속 상승했다. 한편 고가 지역인 송파구(평균 21억 8369만 원)도 생애최초 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 가격대와 무관하게 실수요 매수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도 나타났다.
향후 생애최초 매수 흐름은 주택 가격과 대출 여건, 공급 정책 변화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8·13 주택 공급대책을 통해 신규 공공택지 확대와 청년 실수요자 지원 방침을 내놓은 만큼, 정책 효과가 가시화되기까지 실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의 거래와 가격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