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월세 '월 2000만원' 첫 돌파… 보유세 부담·전세 위축 맞물린 결과

강남권 고가 월세 시장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올 들어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보유세 부담이 현실화한 데다, 꽉 막힌 매매와 전세 위축으로 월세 수요가 집중되면서 임대료 상단이 빠르게 올라가는 흐름이다.

ⓒ 반포 래미안원베일리

2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서초구 반포동 일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반포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133㎡가 최근 보증금 7억원, 월세 2000만원에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이 단지에서 월 임대료가 20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도 월세 800만원 수준에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같은 단지 신반포자이 전용 153㎡는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050만원, 전용 114㎡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900만원에 각각 임차인을 구했다.

현지 중개업계에서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월 600만원이 넘으면 수요가 제한적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월 1000만원대 매물을 찾아달라는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고, 전세 상승폭을 웃도는 월세 오름세가 뚜렷해졌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배경으로는 보유세 부담 증가가 가장 먼저 꼽힌다. 국토부가 발표한 2026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서울 전체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18.67% 올라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남3구 공시가격은 평균 24.7% 뛰었다.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의 경우 공시가격이 34억3600만원에서 45억6900만원으로 33% 상승하면서 보유세가 1829만원에서 2855만원으로 56.1% 급증했다. 압구정동 신현대9차 전용 111㎡도 보유세가 2919만원에 달할 전망이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 주택 수 역시 지난해 약 32만 가구에서 올해 48만7000여 가구로 53% 이상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조세전가 현상으로 설명한다. 보유세 부담이 커질수록 임대인이 이를 임차인에게 넘기려는 유인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서울시립대 연구에 따르면 보유세가 1% 오를 때 상승분의 약 30%가 전세보증금에, 40~50%가량은 월세에 전가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강남권처럼 거주 수요가 탄탄한 핵심 입지는 이 같은 전가가 더욱 빠르게, 더 높은 비율로 이뤄진다는 분석이다. 수도권 외곽의 경우 조세 전가 속도가 더딜 수 있지만, 강남은 임차 수요가 안정적인 만큼 집주인이 보유 부담을 월세에 얹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수요 측에서도 월세 선호를 강화하는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대출 규제로 매매가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전세마저 위축되자, 고소득 수요층을 중심으로 고가 월세를 택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보유세 추가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는 직접 매수보다 월세 임차가 재무적으로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도 일부 수요자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다.

다음 달 초 발표될 보유세 개편안이 이 같은 흐름에 추가 동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 부담만 강화될 경우 전월세 버블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꺼낸 세제 강화 카드가 오히려 임대차 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역설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시각이 시장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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