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양도세만 집중한 대토론회… 전월세 대책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집값과 전월세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이른바 '트리플 강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 주택 전세가격지수는 103.49로 1년 전보다 6.3% 올랐고, 월세가격지수도 103.32로 같은 기간 6.4% 상승했다. 7월 첫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상승률(0.31%)이 매매 상승률(0.30%)을 웃돌았고, 올해 누적 상승률도 5.42%로 매매가와 나란히 뛰었다. 매물 가뭄 속에 전셋값이 매매가를 바짝 추격하는 상황에서 지난 23일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가 정작 이 같은 임차인들의 주거비 부담 문제는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부동산 정책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26일 한겨레에 따르면 대토론회 발언을 분석한 결과 가장 자주 등장한 단어는 '주택'(209회), '공급'(133회), '대출'(101회) 등 주택 매매와 직결된 표현이었다. 세제 관련 논의도 '보유세'(51회), '양도소득세'(44회), '종합부동산세'(23회) 등 유주택자의 세 부담과 매도 유도에 초점이 맞춰졌다. 반면 '월세'(전월세 포함)는 11회, '임차인'은 9회, '세입자'는 8회 언급되는 데 그쳤다. 91회 등장한 '임대' 역시 임대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나 다주택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등 집주인을 향한 논의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사실상 토론회 내내 '집을 가진 사람'과 '집을 사려는 사람' 사이의 대화만 오간 셈이다.

토론회 안에서 세입자 문제가 아예 다뤄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보유세 인상이 결국 임차인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보유세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그쳤고, 후반부 한 참석자가 "청년들이 이사 갈 곳이 없다"고 호소했을 때도 구체적인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토론회에 앞서 정부가 운영한 국민 정책 제안 홈페이지에는 접수 8일 만에 3500건이 넘는 의견이 몰렸다. 이 과정에서 초고가 주택에 대한 세 부담 강화보다 15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값 급등에 따른 실수요자 주거 불안이 더 시급한 문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게 나왔다. 그럼에도 정작 토론에서는 초고가 주택 과세 기준과 다주택자 규제에 논의가 쏠렸고, 정부는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 세제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세의 월세화도 동시에 빨라지고 있다. 서울 전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전세 매물이 줄어드는 가운데, 강북구 미아동의 한 아파트 전용 84㎡ 매물은 월세 200만원에 나오는 등 강북권에서도 고액 월세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임차료 상승과 전월세난이 실수요자들의 매매 전환 수요로 이어지면서 다시 집값을 밀어 올리는 악순환 구조도 지적된다.

경기도 구리시 한 아파트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밀집 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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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업계에서는 유동성 관리 등으로 정부의 정책적 여지가 넓지 않은 상황에서, 즉각적인 전월세 수요에 대응할 뾰족한 대책을 내놓기가 애초에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올 상반기 발표하기로 했던 주거복지 로드맵이 여전히 공개되지 않는 등 세입자 보호를 위한 정책적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시민단체 쪽에서는 부동산 투기의 가장 큰 피해자가 임차인인 만큼, 시장 안정 대책 못지않게 임차인 주거권을 보장할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세제 정책이 오히려 전월세난에 부담을 더한 측면이 있는 만큼, 무주택 임차인을 위한 최소한의 주거복지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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