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30·40대의 대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연속 기준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의 지역별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에서 평균 대출지수가 가장 높은 자치구는 은평구(60.17)였다. 10억원짜리 집을 매수하면서 근저당권을 6억원 이상 설정했다는 의미다. 은평구는 최근 2030세대의 매수세가 두드러진 지역으로, 생애 최초 매수자 중 20·30대 비중이 68.8%에 달했다. 금천구(60.12), 노원구(57.75), 도봉구(57.32), 구로구(57.18) 등 외곽으로 갈수록 대출지수가 높았던 반면, 강남(32.54)·송파(36.02)·성동(36.42)·서초(36.66) 등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은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경기도에서는 화성시 동탄구(61.64)가 가장 높았고, 안산 동안구(61.27)·용인 기흥구(60.22)도 60을 넘었다.
한국은행이 올해 하반기 들어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추가 상향까지 예고하면서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연초 대비 한층 높아진 상태다. 5대 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올해 1월 중순 연 3.77~5.95%에서 현재 연 4.12~6.48%로 올랐고, 고정형도 연 4.23~6.53%에서 연 5.03~7.16%로 뛰었다. 지난 7월 코픽스는 연 3.18%로 4개월 연속 상승하며 1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은행들이 총량 관리를 위해 쌓아 올린 가산금리도 6월 기준 3.27%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이미 차주들이 4%대 중반에서 5% 안팎의 금리를 부담해온 상황에서 추가 인상은 특히 대출 의존도가 높은 외곽 지역 청년 매수자들에게 집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상이 매수심리를 위축시키겠지만 서울·수도권의 집값을 전면적으로 끌어내리거나 급매물을 대거 쏟아내게 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가격대별 주담대 한도 규제가 이미 매수 여력을 제한하고 있어, 금리 인상만으로 시장 흐름이 급반전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주담대 한도가 주택 가격에 따라 2억~6억원으로 묶여 있어 상당한 자기자본을 갖춰야만 매수가 가능한 만큼, 대출 규제가 느슨했던 과거에 비해 금리 상승의 충격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런 구조에서 금리 수준보다 대출 가능 금액이 중저가 시장의 더 핵심적인 변수가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금리 인상의 직격탄은 15억원 이하 주택을 노리는 30·40대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NH농협금융의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주택 매수를 고민하는 대기 수요자 가운데 30·40대가 많은 만큼 이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도 "서울 대체 지역의 15억원 이하 신축은 당분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수 있지만, 강남권은 세제 개편의 불확실성과 주식시장 변동성이 맞물리며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면서 "금리 자체보다 추가 인상 여부와 세제 개편 방향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시장은 이미 지역별로 상이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8월 3주차(8월 17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초고가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을 높이는 8·3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서초구는 하락폭을 -0.04%에서 -0.09%로 키웠고, 강남구도 -0.02%에서 -0.05%로 하락세가 깊어졌다. 반면 노원(0.32%→0.34%)·도봉(0.17%→0.31%)·강북(0.40%→0.41%) 등 외곽 지역은 세제개편 직후 잠시 주춤했다가 한 주 만에 상승률이 반등했다. 서울 전체 상승률도 0.21%에서 0.22%로 소폭 올랐다. 세제 개편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 매물이 8% 늘었는데 그 중 47.9%가 강남 3구에서 나왔지만, 실제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중저가 실수요 시장이 오히려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서울의 입주 물량 부족과 임차시장 불안이 맞물리면서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의지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이 근거다.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10억~15억원대 주택은 거래량과 가격이 오를 수 있다"며 "고가주택은 금리보다 세제 개편에 따른 보유비용 증가로 내년 종합부동산세 부과 전까지 가격 조정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공급 부족 상황과 주식시장 수익금 등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도 과거처럼 금리 인상이 집값 하락으로 즉결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추가 금리 인상 사이클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시장에서는 8월 금통위가 동결로 쉬어가더라도 10~11월 또는 내년 1분기까지 추가 인상이 뒤따를 수 있으며 최종 기준금리는 연 3.00~3.50%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중·저신용자가 고금리 카드론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6월 말 기준 카드론 이용자의 40.95%가 연 16%를 초과하는 금리를 부담하고 있어, 취약 차주의 이자 부담은 이미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 있다.
건설업계도 금융비용 상승에 따른 사업 리스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조달금리가 오를 경우 시공사가 조합에 제안하는 이주비 금융지원 조건이 축소될 수 있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포함한 자금 조달 부담이 커져 사업 진행에도 부정적인 여파가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매수자, 임차인, 사업자 할 것 없이 전방위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