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837만 명을 정점으로 치솟았던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4년 새 280만 좌 이상 증발했다. 올해 들어서는 2,574만 좌 선까지 내려앉으며 감소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분양가 급등과 엄격한 대출 규제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청약 시장 자체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고, 올해는 주식 시장 호황까지 가세해 이탈 속도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의 최근 1년간 평균 분양가는 3.3㎡당 6,276만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4.2% 급등했다. 강북구 장위푸르지오마크원의 경우 서울 외곽 입지임에도 전용 84㎡ 분양가가 최고 17억6,570만 원에 달했다. 치솟는 분양가와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당첨이 돼도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포기하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
이런 구조적 요인은 청약 경쟁률 통계에 그대로 반영됐다. 직방이 올해 9월 18일까지의 청약 입주자모집공고를 분석한 결과,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5.6대 1로 지난해 같은 기간(10.2대 1)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반공급 물량이 8만5,321세대로 지난해(6만3,668세대)보다 34%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1순위 청약접수 건수는 오히려 47만5,009건으로 지난해(64만6,891건)보다 26.6% 줄어들었다.
수요는 서울에 집중됐지만 서울마저 열기가 식고 있다. 서울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은 63.1대 1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전국 일반공급 물량의 2.8%에 불과한 서울 물량에 전국 청약 접수 건수의 31.9%에 달하는 15만1,473건이 몰렸다. 서울에서 공급된 22개 단지 모두 모집 가구 수를 웃도는 1순위 신청자를 모았다는 점은 여전히 관심이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지난해 경쟁률(132.9대 1)과 비교하면 반 토막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1순위 가입자 이탈은 특히 심각하다. 청약 당첨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 계층의 이탈이 두드러지면서 청약 제도의 실질적 기능 자체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30대의 청약통장 해지 건수는 76만 좌로 전년 대비 11만 좌 증가했고, 20대도 같은 기간 82만 좌에 달했다. 고가점을 쌓기 어려운 청년층이 청약 시장에서 손을 떼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청약통장 무용론'은 이미 몇 해 전부터 제기된 문제다. 지방은 미분양이 많아 청약통장 없이도 신축 아파트를 계약할 수 있고, 서울 등 수도권은 경쟁이 너무 치열해 사실상 청약 자체를 포기하는 수요자가 속출한다는 구조적 모순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세종대 산학협력단이 국회사무처에 제출한 보고서도 이 같은 양극화를 지적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청약통장 재원이 주택도시기금으로 운용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기금 안정성 차원에서도 제도 전반의 점검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가점제와 추첨제 비율을 조정해 청약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유동성 제약이 큰 청약통장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부분 인출을 허용하는 방안도 가입자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제언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