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투기 목적과 불가피한 일시적 비거주를 어떻게 구분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준 설정이 허술할 경우 시장 혼란과 형평성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의 대출 등을 옥죄는 관리 강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소셜미디어(X)를 통해 "세제, 금융, 규제 정상화를 통한 부동산 투기 제로 구현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밝히며 강력한 규제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 규제 강화를 다룬 언론 보도를 공유하면서 "생산적 금융 강화는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도 강조했다. 금융위원회 역시 이달 초 올해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발표하며 투기적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 방안 마련을 공식화했다.
정부가 주된 타깃으로 삼는 것은 이른바 '집 있는 세입자'다. 전세보증금을 레버리지로 활용해 서울·수도권 핵심 지역에 투자용 주택을 보유한 채 자신은 다른 곳에 세 들어 사는 유형이다. 집값 상승기에 전세를 끼고 더 좋은 지역으로 올라타는 갭투자형 1주택이나, 시세 차익과 임대수익을 동시에 노리는 구조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시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거주 1주택을 일률적으로 투기 수요로 규정하는 건 과도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직장 발령, 부모 봉양, 치료·요양, 자녀 교육 등의 사정으로 일시적으로 자기 집에 살지 못하는 경우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방이나 고향에 상속받은 주택을 갖고 있으면서 생활과 직장은 수도권에 두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부도 이런 불가피한 사유에 의한 일시적 비거주는 예외로 두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어떻게 정교하게 걸러낼지가 관건이다. 예외 기준이 모호하면 실질적인 투기 억제 효과가 반감되고, 반대로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규제가 본격화할 경우 단기적으로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비거주 1주택자가 수도권과 서울에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일시적 비거주 예외 기준이 마련되더라도 단기적으로 매물 총량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물건, 지역, 보유 기간 등 다양한 기준으로 투기와 실수요를 나눠야 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며 "기준이 충분히 정교하지 않으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투기 여부를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며 "규제가 시행되면 일시적으로 매매 물량이 늘 수 있지만, 전월세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국내 비거주 1주택자 비중은 약 5% 수준으로 추산되며 서울은 이보다 높을 것"이라며 "대출 규제나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등이 병행되면 전세 물건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월세 공급이 위축될 경우 오히려 무주택 서민의 주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규제 설계의 정밀도가 정책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