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성과급·저리대출에 경기 남부 집값 불기둥…"세금·대출 규제론 못 막는다"

삼성전자 DS 부문 임직원의 성과급이 최대 세전 6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과 연 1.5%·최대 5억원 규모의 사내 주택대출 신설이 맞물리면서 경기 남부 반도체벨트 일대 집값이 거세게 들썩이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성과급 상한제를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보상 제도를 대폭 개편했다. 두 기업의 인건비·성과급 재원 합산 규모가 67조원대로 추산되면서 고소득 임직원들의 매수 여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억대 성과급·저리대출에 경기 남부 집값 불기둥…"세금·대출 규제론 못 막는다"
ⓒ 블라인드

이 같은 유동성 확대는 곧바로 통계로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5월 4주(25일 기준)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경기 화성 동탄구의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0.49%를 기록했다. 지난 2월 화성시 행정구역 개편으로 동탄구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최고치다. 4월 4주 0.20%에서 출발해 5월 1주 0.25%, 2주 0.35%, 3주 0.46%로 4주 연속 상승폭을 키우다 이번 주에 0.49%까지 치솟은 것이다. 상승세는 핵심 주거지인 청계동과 학군 밀집 지역인 반송동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동탄구만의 현상이 아니다. 같은 기간 성남 중원구 매매가격지수는 0.41% 올랐고, 광명시는 0.30%, 안양 동안구와 수원 영통구는 각각 0.28%, 용인 기흥구는 0.27% 상승했다. 삼성전자 기흥·화성캠퍼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인접한 배후 주거지들이 동반 강세를 보이는 구도다.

주요 단지의 실거래가에서도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동탄역롯데캐슬 전용 84㎡는 지난 7일 20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국민 평형' 기준 20억원 선을 처음 넘어섰다. 용인 광교자이더클래스 전용 84㎡는 지난 23일 15억25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고, 성남 분당구 백현마을 2단지 전용 84㎡도 지난 6일 25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올 한 해에만 동일 면적 시세가 5억원 가까이 오른 단지도 등장했다.

신축 분양 시장도 빠르게 소화되고 있다. 신분당선 동천역 역세권에 위치한 '수지자이 에디시온'(480가구)은 계약률이 이미 90%를 돌파했으며, 초기 계약을 포기했던 수요자들까지 재방문해 계약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매수 주체의 변화에 주목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통근버스가 오가는 동탄·수지·영통·분당 일대에 자기자본에 부모 증여와 사내 저리대출까지 끌어모은 젊은 고소득 맞벌이 부부들의 매수가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성과급 지급 기대가 매수 계약을 앞당기는 역할을 하고, 잔금은 이후 성과급으로 치르겠다는 계획을 세운 경우도 있다.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대장 아파트는 매물 자체가 없고, 다른 단지들도 지난해 대비 호가가 2억~3억원씩 올랐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벨트 특유의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 이동 흐름이 구체화되고 있다고 본다. 이천·평택에서 화성으로, 화성에서 수지로, 수지에서 분당으로 단계적으로 올라가는 식이다. 비규제지역으로 남아 있는 화성의 경우 실거주 의무가 없어 갭투자도 가능하고 세제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매수세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흐름이 서울 외곽으로도 번지면서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6일 국무회의 비공개 회의에서 최근 집값 상승세를 언급하며 관계부처에 대응 방안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기존 규제가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현재 경기 남부에 몰리는 매수세가 다주택자나 투기 세력이 아닌 현금 동원력이 높은 30~40대 고소득 실수요층에서 비롯되고 있어, 양도소득세 중과나 보유세 강화, 대출 규제 같은 기존 방식으로는 이들을 겨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성과급과 사내 저리대출로 자금력을 갖춘 일부 맞벌이 직원들의 경우 서울 핵심지 20억원대 아파트 매수 여력도 생길 수 있다고 본다.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가 있더라도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는 방식으로 진입할 수 있어, 반도체 업계발 유동성이 서울 집값 상승세를 자극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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