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 2만9000호 가운데 약 85%가 비수도권에 쌓여 있다. 이 수치는 올해 청약 시장의 이면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지방에서는 공급된 아파트 절반 이상이 주인을 찾지 못하는 사이, 서울과 수도권 핵심지에는 수만 명의 청약통장이 단 수십 가구를 향해 몰려드는 극단적 양극화가 현실이 됐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63.1대 1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서울이 전국 일반공급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에 불과하지만, 전체 청약 접수 건수의 31.9%인 15만1473건이 서울에서 쏟아졌다. 수요는 도시 면적이 아니라 시세차익의 크기를 좇아 움직인다는 것을 숫자가 입증한다.
쏠림의 정점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에서 나타났다. 서초구 '아크로 서초'는 30가구 모집에 3만2973명이 몰려 1099대 1이라는 서울 민간분양 역대 최고 경쟁률을 갈아치웠다. 주변 시세와의 가격 차이가 17억원에 달한다는 점이 핵심 동력이었다. '오티에르 반포'(710.2대 1)와 용산구 '이촌 르엘'(135.0대 1)도 분양가 상한제 단지라는 공통점을 공유하며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공공분양 시장도 열기가 뜨거웠다. 올해 공공분양 평균 경쟁률은 19.0대 1로 민간분양(4.4대 1)의 네 배를 웃돌았다.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남양주 왕숙2지구 A3(126.8대 1), 왕숙 아테라 A1(105.5대 1), 화성 동탄2지구 C27블록(100.6대 1), 마곡 엠밸리 17단지(96.0대 1), 고양 창릉 S4(63.0대 1) 등이 세 자릿수 또는 높은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공분양 수요를 이끌었다.
이처럼 청약 수요가 특정 단지에 집중되는 배경에는 주거 안정을 둘러싼 불안이 깔려 있다. 고분양가와 강화된 대출 규제, 전월세 시장의 불안이 맞물리면서 청약이 내 집 마련의 '마지막 관문'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강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신보연 교수는 지금의 선별 청약이 수요자 여유의 산물이 아니라, 단 한 번의 선택에 주거 안정 전체가 걸린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한다. 전월세 시장이 불안할수록 청약은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반면 지방 시장은 사실상 다른 세계다. 경남(5.3대 1), 전북(5.2대 1), 충북(4.8대 1), 대구(3.4대 1), 전남·광주(1.1대 1) 등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고, 울산(0.8대 1), 부산(0.6대 1), 강원(0.5대 1), 제주(0.2대 1)는 청약 미달권에 해당하는 1대 1 이하를 기록했다. 세종(17.7대 1)이 유일하게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예외적인 성적을 냈을 뿐, 대부분의 비수도권은 수요 공백 상태에 가깝다.
이러한 분위기는 주택 사업자들의 전망에서도 그대로 반영된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지난 8월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9월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서울이 93.9를 기록한 반면 전남(60.0), 제주(75.0), 강원(80.0), 경남(81.8) 등 다수 지역은 80선을 밑돌았다. 지수가 100 미만이면 시장을 부정적으로 내다보는 사업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지방에서 미분양 적체와 수요 위축이 지속되는 가운데 금리 상승에 따른 자금 조달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도 지역을 중심으로 전망 지수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가을 분양 성수기가 도래해 신규 물량이 풀리더라도 청약 수요가 전반적으로 되살아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직방 빅데이터랩실의 김민영 매니저는 공급 확대로 청약 선택지는 넓어지겠지만, 입지와 분양가 경쟁력, 주변 공급 여건에 따라 수요가 선별적으로 움직이는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되는 곳'과 '안 되는 곳'의 간극이 메워지기보다는 고착화되는 방향으로 흐름이 굳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