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보유세를 포함한 세제 개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 개정이 필요한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개편과 함께, 시행령 개정만으로 조정이 가능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우선 손질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문가 의견 수렴 과정에서 양도세·보유세 관련 제도 개편 방향을 함께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시장 동향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세제 개편 관련 의견도 교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특공제는 일정 기간 이상 주택을 보유한 경우 양도차익 일부를 공제해 주는 제도로, 1가구 1주택자는 보유·거주 기간에 따라 최대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 같은 혜택이 매물 잠김을 유발하고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보고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의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다. 이 비율이 높아질수록 보유세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종부세는 공시가격에서 기본공제액(9억 원, 1가구 1주택자는 12억 원)을 뺀 뒤 공정시장가액비율(현행 60%)을 곱해 과세표준을 산정하고, 재산세 역시 공시가격에 43~45%(다주택자는 60%)의 비율을 적용해 부과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2008년 도입 후 2018년까지 80%를 유지했으며,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95%까지 오른 바 있다. 이후 윤석열 정부가 60%로 낮춘 상태다.
전문가들은 제도 변경의 현실적 난이도를 감안할 때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이 먼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보유세 실효세율을 높이는 데는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한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이 가장 손쉬운 수단"이라며 "7월 세제개편안에서 구체적인 방향이 제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이 장특공제 개편보다 절차상 수월하다"며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폐지보다는 단계적 인상 방식이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제 개편이 지역 간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부작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현행 60%에서 80%로 인상될 경우 고가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은 상당 폭 늘어날 전망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용산구 한남더힐 전용 235㎡의 경우 올해 공시가격 기준 보유세가 7633만 원이지만, 공정시장가액비율이 80%로 높아지면 8732만 원으로 약 1099만 원(14.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부 단지는 세 부담 상한(전년 대비 150% 이내) 규정에 따라 인상 효과가 제한되는 경우도 있다.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공정시장가액비율 60%와 80% 적용 시 보유세가 모두 약 1004만 원으로 동일한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에서는 보유세 부담 증가가 매물 출회를 유도하고 투자 수요를 위축시켜 중장기적으로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공급 정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시장 안정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