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기한을 오는 5월 9일 토지거래허가 신청분까지 연장했지만,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은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고점 대비 15~20% 이상 할인된 초급매물이 소진된 이후 남은 매물의 호가가 올라 매도자와 매수자 간 눈치보기가 팽팽하게 이어지는 모습이다.
19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이번 시한 연장 조치로 일부 집주인들은 오히려 호가를 올린 반면, 매수자들은 여전히 초급매물만 찾으면서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달 급급매들이 팔린 이후 호가가 오른 탓에 거래가 원활하지 않다"며 "시한이 3주 정도 연장되자 되레 호가를 올린 집주인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 잠실 엘스 전용면적 84㎡는 이달 초 최저 31억원대 급매물이 계약된 뒤 현재 32억~34억원 선으로 호가가 형성돼 있다. 리센츠 같은 면적의 경우 2층이 이달 초 29억4천만~30억원에 거래됐으나, 이후 중고층은 3월 말 31억원대 계약 이후 33억~35억원 수준으로 실거래가가 상승했다.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도 비슷한 상황이다. 조합원분 전용 59㎡는 16억원대 거래가 마무리된 후 현재 17억원대로 호가가 올랐고, 전용 84㎡ 역시 27억원대 계약 후 현재 28억~29억원대 매물만 남아 있다. 현지 공인중개사는 "토지거래허가 신청분까지 중과 유예가 이뤄진다는 소식에 조합원들이 여유가 생겼다며 호가를 더 올렸다"며 "매수자와의 호가 격차가 5천만~1억원은 벌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중저가 단지가 밀집한 강북 지역에서는 최고가 거래가 이어지는 곳도 있다. 15억원 이하 아파트는 최대 6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생애최초 주택자금 등 정책대출 문턱도 낮은 덕분이다. 노원구 상계동 보람아파트 전용 68㎡는 지난달 23일 6억8천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으며, 1층을 제외한 나머지 층도 이달 들어 6억4천만~6억5천만원대에 거래가 신고되고 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5억8천만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최대 1억원 오른 수준이다.
매도 시한이 실질적으로 연장됐음에도 매물이 크게 늘어나는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5천447건으로 전날보다 200건 줄었으며, 지난달 21일(8만80건)과 비교하면 4천400건 이상 감소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5월 9일 이전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기만 해도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는 구조인 만큼, 막판까지 눈치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성동구 옥수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추가 매물이 쏟아지기보다는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물건들 가운데 시한이 가까워질수록 가격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지난달 초 양도세 중과를 피하려는 핫세일 매물이 등장했듯이, 이번 시한 연장으로 버티던 다주택자들도 4월 마지막 주에는 급매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양도세나 보유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강북 지역은 완만한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