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구역 족쇄 풀렸지만…매도·매수자 모두 '6·3 이후'만 바라본다

서울 아파트 시장이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이달 9일 종료된 이후 매물은 오히려 줄었고,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내 세입자 있는 주택의 매도를 허용하는 실거주 유예 조치가 29일 본격 시행됐지만 거래량 반등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토허구역 족쇄 풀렸지만…매도·매수자 모두 '6·3 이후'만 바라본다
ⓒ 문화일보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3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 수는 6만1천441건으로, 양도세 중과 시행 직후인 이달 10일의 6만6천914건보다 8.2% 줄었다. 다주택자들이 매도 타이밍을 잃은 채 매물을 회수한 영향이 크다. 비거주 1주택자 등도 보유세·양도세 개편안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뜻 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9일부터 토허구역 내 임대차계약이 있는 주택을 거래할 경우, 무주택 매수자에 한해 '잔금 후 4개월 내 입주' 요건을 기존 임차인의 계약 종료 시점까지 유예해주기로 했다. 올해 말까지 허가를 신청한 거래에만 적용되는 한시적 조치다. 다만 갭투자를 막기 위해 매수자는 발표일인 5월 12일부터 허가 신청일까지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엄격한 조건이 붙었다.

그러나 시행 첫날 효과는 뚜렷하지 않았다. 새올전자민원창구에 따르면 강남구의 29일 토지거래허가 신청은 11건으로, 27일 11건·28일 7건과 엇비슷했다. 송파구는 오히려 9건으로 전날(12건)보다 줄었고, 노원구도 21건으로 26일(52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매물이 나와도 거래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는 현재 35억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다주택자들의 급매로 지난 3월 실거래가가 31억~32억원까지 내려갔던 것이 다시 전고점 수준으로 올랐다. 현지 중개업소는 집주인이 매물을 하나둘 내놓고 있지만 매수자들이 여전히 급매 수준의 가격을 찾다 보니 매도·매수 간 희망 가격 차이가 크다고 전한다.

마포구 아현동 일대도 상황은 비슷하다. 양도세 중과 시행 이전까지 시장에 나왔다가 팔리지 않은 다주택자 매물은 중과 시행 후 대부분 거둬들여졌고, 1주택자 매물도 주택형별로 한두 건씩 남아 있지만 매수 반응이 없다. 가격이 더 조정돼야 시장이 움직인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반면 강북 일부 지역은 양상이 다르다. 매물 가뭄에 시달리면서 가격은 오히려 오르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포레나노원 전용 84㎡는 양도세 중과 시행 직전 12억7천만원에 형성돼 있던 매물이 최근 13억5천만원에 거래됐다. 역대 최고가다. 이 일대는 15억원 이하로 최대 6억원 대출이 가능한 단지가 많아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공시가격이 낮아 보유세 부담도 크지 않다는 점이 집주인들로 하여금 매물을 쉽게 내놓지 않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전·월세 물건마저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일부 수요자들이 매매로 전환하는 흐름도 포착된다.

시장에서는 오는 6·3 지방선거 이후 세제개편안의 방향이 드러나야 매물이 본격적으로 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나 고가주택 보유자에게 집을 팔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보유세 인상 폭이나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여부를 공개하지 않아 집주인들이 매도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유세 개편안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이전에 먼저 나왔어야 매물 출회 효과가 컸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서초구 잠원동 업계에서는 비거주 1주택자 가운데 임차인을 두고 있는 경우가 상당수여서 세제개편안 공개와 함께 급매물이 점차 나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다만 올해 말 실거주 유예 기한이 끝나면 다시 토허구역 내 매도가 어려워지는 만큼, 매물 잠김을 어떻게 해소할지가 내년 이후 시장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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