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세제 합리화 방안' 연구용역 수행자로부터 최근 중간보고를 받고 부동산 세제 개편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양도소득세(양도세)가 연구용역에서 핵심 주제로 다뤄졌으며, 초고가 주택 보유세 강화와 비거주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축소가 이번 개편의 양대 축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12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연구용역 중간보고를 토대로 두 가지 방향의 개편 골격을 구체화하고 있다. 첫째는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주택에 대한 종부세 부담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것이고, 둘째는 오래 보유하기만 해도 세금을 대폭 깎아주는 장특공제 구조를 실거주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이 두 축은 상호 보완적으로 설계돼, 실거주자는 세 부담을 유지하거나 줄이고 투기성 보유자는 단계적으로 부담을 높이는 방향으로 맞물린다.
종부세 개편에서 당국이 주목하는 것은 비거주 1주택자에게도 최대 80%까지 세액공제가 중복 적용되는 현행 구조다. 현재 1주택을 5년 이상 보유하면 기간에 따라 20~50%, 만 60세 이상 고령자는 연령에 따라 20~40%를 세액공제 받을 수 있는데, 이 두 공제는 거주 여부와 무관하게 80% 한도 내에서 중복 적용된다. 결과적으로 집값이 비쌀수록 공제 혜택의 절대 금액이 커지는 역진적 구조가 된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 273㎡짜리가 실거래가 250억원에 거래되는 등 초고가 주택 시장이 형성된 현실에서 이 구조를 그대로 두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현재 1주택자의 경우 공시가격 12억원 미만이면 종부세를 내지 않는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69%이며, 공정시장가액비율 60%, 세율은 2주택 이하 0.5~2.7%, 3주택 이상 0.5~5.0%가 적용된다. 당국은 이 요소들을 어떻게 조합하느냐보다 "국민 입장에서 고지서 금액이 작년보다 높아졌느냐 낮아졌느냐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초고가 주택의 기준선을 어디에 그을지가 정책 효과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정부는 종부세 부담 강화와 함께 적용 시기를 단계적으로 설정해, 그 사이 비거주·투기용 주택이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장특공제 개편은 더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현행 제도는 1주택을 3년 이상 보유하면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보유 기간에 따라 양도차익의 최대 40%를 공제하고, 2년 이상 실거주 시 거주 기간에 따라 최대 40%를 추가 공제해 합산 최대 80%까지 혜택을 부여한다. 살지 않고 투기 목적으로 보유해도 기간만 길면 상당한 공제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를 부추기고, 지방 다주택자들이 지역 매물을 처분한 뒤 강남권·한강벨트로 갈아타면서 수도권 집값을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4월 소셜미디어를 통해 "살지도 않을 집에 오래 투기했다고 세금 깎아주는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게 세금 폭탄이냐"라며 "비거주 보유 기간에 대한 감면을 축소하고 그만큼 거주 보유 기간에 대한 감면을 늘리는 게 맞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국은 보유 공제를 줄이고 거주 공제는 오히려 확대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설계 중이다. 당국 관계자는 보유·거주 공제를 각각 "0%·80%로 할지, 20%·60%로 할지 등 여러 조합이 있을 것"이라며 폭넓은 시나리오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보유 공제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제도 명칭도 '장기거주소득공제'로 바뀔 수 있다.
세 부담 증가 폭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양도가액 12억원 초과 주택을 10년 보유·5년 거주한 1주택자가 보유 공제 폐지 시 최대 6120만원 세 부담이 늘어 기존의 2.5배에 달할 수 있다. 서울 고가 주택의 경우 보유 요건 폐지 시 양도세가 2~6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나와 있다. 다만 당국은 중저가 주택보다 초고가 주택 위주로 공제 축소를 정교하게 설계하고, 유예기간을 두는 단계적 적용 방식을 택해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매도할수록 유리한 구조를 만들어 비거주·투기성 주택의 자발적 매물 출회를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고령 은퇴자처럼 주택 매각으로 현금흐름을 개선해야 하는 계층에는 별도의 매각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7일 "실거주자 중심으로 주택 시장이 확립될 수 있도록 세제 개편 방향을 보고 있다"며 "7월 말 발표를 생각으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도 10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보유세와 거래세 등 세제 전반에 대해 연구용역과 해외 사례 등을 토대로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14일부터 16일까지 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재정경제부가 순차적으로 여는 공개 토론회와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대토론회를 거쳐 개편 방안을 최종 확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