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재건축 이주 1890가구 동시 진행…'노룩 계약'까지 등장한 전세 전쟁

2030년까지 서울에서 재건축·재개발 이주가 예정된 정비사업 구역은 207곳, 이주 대상 가구만 약 17만9000가구에 달한다. 그 예고편이 지금 서울 송파구에서 펼쳐지고 있다. 올해 누적 기준 전세가격지수가 9%를 훌쩍 넘어섰고, 전세 매물은 연초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송파 재건축 이주 1890가구 동시 진행…'노룩 계약'까지 등장한 전세 전쟁
ⓒ 서울경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21일 기준 송파구 아파트 전세가격지수의 올해 누적 상승률은 9.41%로, 전년 동기 누적치인 5.34%를 4.07%포인트 웃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집계 결과, 9월 25일 현재 송파구 전세 매물은 1368건으로 올해 2월 3904건에서 65% 가까이 감소했다. 공급이 마른 자리를 수요가 채우면서 가격은 단기간에 치솟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의 직접적인 배경은 송파구 내 재건축 단지의 동시다발적 이주다. 현재 이주 기간 중인 단지는 가락삼익맨숀(936가구), 가락미륭, 삼환가락아파트 등 3곳이다. 여기에 10월부터는 잠실우성4차와 한양3차가 이주를 시작할 예정으로, 조합원들이 현재 이주 주택을 물색 중이다.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가락삼익맨숀을 제외하더라도 5개 단지 합산 2826가구 가운데 약 1890가구의 이주 수요가 동시에 시장에 쏟아지는 셈이다.

수요 폭발은 가격 급등으로 직결됐다. 가락동 금호아파트 전용 85㎡ 전세는 올해 1월만 해도 5억8000만~7억7000만 원 사이에 신규 계약이 이뤄졌다. 그러나 4~5월께 이 주택형을 9억 원에 구한 가락삼익맨숀 조합원도 이미 시장에 뒤처진 셈이다. 현재 호가는 9억5000만 원까지 올라 연초 대비 최대 2억 원 가까이 벌어졌다.

매물 품귀와 가격 급등이 겹치자 물건이 나오는 즉시 집 내부 확인도 없이 계약부터 하는 이른바 '노룩(No-Look) 계약'이 속출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계약 기회를 놓치고, 다음 매물은 또 더 비싼 가격에 나오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조합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전세를 포기하고 보증부 월세, 이른바 반전세로 선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녀 학군 등 기존 생활권을 유지하기 위해 높은 임대료를 감수하고 반전세 계약을 택하지만, 반전세 가격마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마저 쉽지 않다는 하소연이 현장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근처에서 주택을 구하지 못한 조합원들은 경기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가락동과 방이동 일대에서 재건축과 리모델링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인근 전세 매물 자체가 바닥난 탓이다. 위례신도시나 하남·구리 정도면 그나마 가깝고, 멀게는 남양주 다산신도시까지 이주지를 찾아 나서는 조합원도 나오고 있다. 10월 이주를 앞둔 한양3차 조합 측도 주변 단지들의 연쇄 재건축을 감안해 위례·하남 등지에서 이주 주택을 찾는 조합원이 많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이주 압력은 강남권 전세 시장을 넘어 수도권 광역 임대차 시장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건축 단지 이주 수요는 아파트 전세 시장에 직접적인 충격을 준다는 점에서, 재개발 이주와는 파급 양상이 다르다. 재개발로 이주하는 빌라 거주자의 수요는 비아파트 공급으로 일부 흡수할 수 있지만, 아파트 상품 위주인 재건축 이주 수요는 아파트 임대차 시장이 직접 받쳐줘야 하기 때문이다. 민간 임대사업자 수가 줄어드는 추세까지 겹쳐 시장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등 강남3구 전반에서도 이번 달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이주가 예정된 단지가 1만 가구를 넘어선다. 인허가가 빠른 사업장부터 순차적으로 이주가 진행되는 만큼, 특정 시점에 이주가 집중될 경우 전월세 시장에 가해지는 충격은 현재보다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주 인기 글

NEWS

댓글 쓰기

💬 욕설 및 비방, 홍보성 댓글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됩니다.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