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가 강남권 정비사업 전반의 핵심 리스크로 급부상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에 조합원 1인당 평균 4억6334만 원, 총 2조44억 원 규모의 재초환 부담금 예정액이 통지되면서 공사비 급등과 추가 분담금 증가로 이미 압박을 받고 있는 조합원들의 불안이 한층 커졌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발생한 이익 중 정상적인 주택가격 상승분과 개발비용 등을 제외한 초과이익의 일부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로, 2006년 도입 이후 부동산 시장 침체기의 유예와 폐지 논의 등으로 인해 실제 부과 사례가 드물었다. 그러나 최근 강남권 주요 단지들을 중심으로 부담금 부과가 현실화하면서 제도적 파장이 사업 현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강남구청과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에 따르면, 구청은 지난달 29일 조합에 '재건축부담금의 부과기준 및 예정액 통지서'를 발송했다. 산정 기준 조합원은 4326명으로, 1인당 평균 4억6334만 원 수준이다. 이번 통지는 최종 납부 고지가 아닌 사업시행계획인가 이후 한국부동산원의 검증을 거쳐 추산된 예정액이다. 최종 부담금은 준공 이후 실제 주택가격과 개발 비용 등을 종합해 확정된다. 강남구 측은 "아직 정비사업 과정 중이라 준공 이후에는 재초환 규모가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예정액 통지만으로도 조합원들이 느끼는 체감 압박은 상당한 수준이다. 은마아파트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분담금 부담에 관리처분 전에 집을 매각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현실화할 것이라 예상 못했던 재초환 통지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상태"라며 "사업비 문제로 일정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은마아파트는 기존 4424가구를 지하 6층~지상 최고 49층, 5850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올해 7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으나, 관리처분계획인가와 이주·철거 등 후속 절차가 남아 있어 2028년 착공, 2035년 10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예정액이 2035년 준공을 가정해 산출된 추정치인 만큼, 향후 물가·주택가격·사업비 등 변수에 따라 최종 부담금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재초환 부과 움직임은 은마에 국한되지 않는다. 서울시 의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서울에서 재초환 부과 예정 단지는 52곳으로, 1년 새 15곳이 늘었다. 여기에 아직 관리처분인가를 받지 않은 잠실주공5단지(3930가구)를 비롯해 주요 강남권 대단지들이 절차를 밟아나갈 경우 부과 대상과 금액 규모는 한층 커질 전망이다. 서초구는 오는 9일 반포현대(현 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 재건축조합에 부담금 예정액을 사전 통지하고 50일간 이의신청을 받을 예정으로, 조합 측은 1인당 1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강남권 재초환 부과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공사비 상승 압력도 이중 부담을 가중시키는 배경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2026년 5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7.67로 전년 동월 대비 5% 넘게 올랐다. 조합원 추가 분담금이 수억 원대로 불어난 상황에서 재초환 부담금까지 겹칠 경우, 착공 전 단지들의 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비업계와 조합 연대 측은 재초환 제도 자체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미실현 이익에 부담금을 부과한 뒤 추후 주택 매각 시 양도소득세까지 과세되는 이중과세 논란, 기부채납과 기반시설 설치 비용까지 조합원이 떠안는 현실이 부담을 증폭시킨다는 주장이다.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 관계자는 "폐지가 맞지만 현행 제도가 유지되는 동안에도 부담금 산정 기준을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가 시급한 상황인 만큼, 재초환이 재건축 사업의 불확실성을 키워 속도를 늦추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조합 내부 갈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국토부는 현재 법제처 유권해석과 법률 자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