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세가 국내 물가를 강타하면서 올해 3월 생산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4.1% 급등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인 2022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로, 지난해 9월부터 7개월 연속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6년 3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25.24(2020년=100)로 전월 대비 1.6% 상승했다.
품목별로 보면 공산품 가운데 석탄 및 석유제품이 전년 동월 대비 31.9% 상승하며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기록했다. 화학제품도 6.7% 상승하며 전체 공산품 가격(3.5%) 상승을 이끌었다. 세부 품목으로는 나프타가 68%, 에틸렌이 60.5%, 경유가 20.8% 각각 급등했다. 수입품까지 포함해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국내 공급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2.3%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은 3월 유가 급등의 여파가 원자재 가격 상승을 통해 점차 전방위로 파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의 불확실성이 높아 향후 유가 흐름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다. 생산자물가가 7개월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물가 상방 압력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한편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는 지난달 물가 급등의 충격을 완화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0.4~0.8%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를 기록했지만, 해당 제도가 없었다면 상승 폭이 최대 3%대에 달했을 것이라는 추산이다.
3월 4주차 기준 리터(L)당 체감 가격 인하 효과는 경유가 916원으로 가장 컸으며, 실내등유 552원, 휘발유 460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달부터 시행되는 유류세 추가 인하 조치까지 더해지면 물가를 약 0.2%포인트 추가로 낮추는 효과가 기대된다.
KDI는 아직까지는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소비 둔화 신호는 포착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음식·음료 서비스업 등 일부 업종에서는 소비가 소폭 줄고 이동량도 감소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추가 둔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고유가 충격은 계층별로 상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저소득층은 냉방·취사용 에너지 비용 부담이 크고, 근로 비중이 높은 중간 소득층은 차량 연료비에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구조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을 위한 폭염 대비 생필품 지원이나 긴급 에너지 지원 방안 등 맞춤형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