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낀 매물' 매도 퇴로 열렸지만…대출 막혀 빈 집만 거래

정부가 다주택자의 세 낀 매물 매도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실제 부동산 시장에서는 빈 집 위주로만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세입자가 있는 집을 매입할 경우 은행권에서 조달할 수 있는 대출이 사실상 0원에 가깝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책이 실효성을 갖추려면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전세퇴입자금대출 규제 완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1세대 1주택자의 세 낀 매물도 매도가 가능해질 예정인 가운데, 현장에서는 금융 규제 완화 없이는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 낀 매물' 매도 퇴로 열렸지만…대출 막혀 빈 집만 거래
ⓒ서울아파트 전경

현행 규정에 따르면, 무주택자가 세 낀 집을 매입하는 이른바 갭투자를 할 경우 일반 매매에 비해 대출 가능 금액이 크게 줄어든다. 정부의 9·7대책에 따라 규제지역 내 주택은 주택담보비율(LTV) 40% 한도 내에서만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후순위담보대출은 전세보증금을 제한 차액만큼만 대출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서울에 있는 15억원짜리 아파트를 일반 매매할 때 주택담보대출 최대 한도는 6억원이다. 그러나 전세보증금이 8억원인 세입자가 있을 경우 후순위 대출 가능액은 0원이 된다. 추후 세입자 퇴거 시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이를 위한 생활안정자금 성격의 전세퇴입자금대출 한도도 1억원에 그쳐, 세 낀 매물을 사려면 7억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구조 탓에 현장에서는 세 낀 매물을 사려는 매수자를 찾기가 어렵다. 생애최초 주택구매자는 LTV 70%가 적용되지만, 후순위 대출은 변제 순위에서 밀리는 만큼 금리가 높아 실질적인 부담이 크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주요 지역에서도 세입자 없이 비워진 집에만 매수 대기자가 몰리고 있으며, 세 낀 집은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보내지 못하면 매도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세입자를 돌려보내기 위해 이사비를 별도로 지원하고 집을 비운 뒤에야 거래가 성사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이러한 금융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 협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으면 매도 시점 자체가 수개월씩 지연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실거주 의무를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하더라도, 매수자 측의 금융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정책 효과는 반쪽에 그칠 것이라고 본다. 현재 논의대로라면 세 낀 집을 살 수 있는 대상이 무주택자로 한정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일부 무주택자에게만 매수 기회가 집중된다는 지적이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50.16%로 집계됐다. 1년 전(53.83%)보다는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매수자가 세입자 퇴거 시 매매가의 절반이 넘는 금액을 돌려줘야 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무주택자에 한해서라도 전세퇴입자금대출 한도를 늘려주지 않으면 세 낀 매물이 실질적인 매매 시장에서 유통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금융 규제 완화 없이 매도 퇴로만 열릴 경우, 결국 기존 다주택자나 1주택자가 세 낀 집을 팔고 상급지로 갈 수 있는 통로만 넓혀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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