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려는 사람도, 살 수 있는 사람도 없다…아파트 시장 '이중 잠김'

서울 아파트 시장이 매물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는 매물 잠김 현상을 우려해 연말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모든 '세 낀 매물'의 실거주 의무를 한시 유예했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집을 내놓으려던 매도자는 추가 규제 예고에 관망세로 돌아서고, 매수자는 대출한도 규제에 가로막히면서 시장 전체가 이중으로 얼어붙은 형국이다.

팔려는 사람도, 살 수 있는 사람도 없다…아파트 시장 '이중 잠김'
(출처 : 아실자료)

18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6만2394건으로 집계됐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9일의 6만8495건에서 불과 열흘도 채 안 돼 6000건 이상이 사라진 것이다. 절세 매물이 쏟아졌던 한 달 전(4월 18일, 7만5647건)과 비교하면 감소 폭은 1만3000건을 넘는다.

주요 대단지에서도 매물 소진 속도가 가파르다.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은 같은 기간 매물이 1067건에서 555건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더클래시도 93건에서 45건으로 반 토막이 났고,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는 539건에서 253건으로 53%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세 낀 매물을 둘러싼 거래 구조가 복잡해진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세 낀 집을 매수하면 기존 임차인이 퇴거할 때까지 최대 2년을 기다려야 하는 데다, 퇴거 시 전세보증금도 돌려줘야 한다. 현재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은 1억원 한도로 제한돼 있어, 자금 조달 면에서는 오히려 빈 집 매수가 유리한 구조다. 중개업계에선 "팔겠다는 사람이 있어도 이런 조건 탓에 사겠다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실수요자 사정도 다르지 않다. 신혼집이나 내 집 마련을 위해 중저가 아파트를 알아보는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관심 매물이 나왔다 싶으면 금세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집주인이 시세 상승을 기대하며 내놨던 물건을 거둬들이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매물이 줄어드는 만큼 가격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5월 둘째 주(1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28% 상승해 직전 주 상승률(0.15%)의 두 배에 가까운 오름폭을 기록했다. 그간 하락세를 이어가던 강남구도 이 주에 0.19% 반등했다.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의 남혁우 연구원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강남권 고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급매물 거래가 활발히 이뤄졌고, 이후 매물이 다시 줄면서 호가가 올라간 결과"라고 분석했다.

주택담보대출 한도(6억원)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15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로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도 두드러진다. 정부가 다주택자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 시작한 2월 이후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의 81.6%가 15억원 이하였으며, 6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23.6%, 6억~9억원 구간은 28.7%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중위권 자치구들의 집값 상승세도 뚜렷해지고 있다. 5월 둘째 주 성북구는 종암·돈암동 대단지를 중심으로 0.54% 올라 상승률이 전주의 두 배로 커졌다. 서대문구(0.20%→0.45%)는 2014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고, 강서구(0.30%→0.39%), 종로구(0.21%→0.36%)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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