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14일 베이징에서 만남을 갖는 가운데, 증권가는 이번 회담의 핵심 변수로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이슈를 꼽으며 국내 증시에 미칠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에서 AI·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AI와 반도체를 미중 패권 경쟁의 핵심 요소로 규정하고, 자국 내 투자 확대와 함께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해왔다. 중국 역시 희토류 수출 제한 카드로 맞대응해왔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미국 내 메모리 반도체 수급 부족과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고려할 때,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수위를 일부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대표단에 막판 합류했다는 블룸버그통신 보도가 나오면서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회담은 기존 협상의 연장선에서 상징적 성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앞세워 반도체 수출 규제 완화라는 더 큰 양보를 끌어낼 수 있는 위치라는 시각도 점차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태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란 사태로 지지율 부담을 안고 있는 트럼프 정부로서는 중국의 농산물·에너지 수입 확대 같은 실질적 성과를 얻어낼 경우 국내 지지 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일부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완화하고 중국이 희토류 안정 공급을 선언하면, 양측 모두 협상 성공으로 포장할 수 있는 구도"라고 덧붙였다.
이번 회담 결과에 국내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반도체 업종의 비중 때문이다. '반도체 투 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약 47%에 달한다.
조 연구원은 "미국 행정부가 AI 데이터센터 구축 지연을 우려해 14nm·7nm 장비에 대한 일부 중국 기업의 구매를 비공식 면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이후 SMIC, CXMT, YMTC 등으로 규제 완화가 확산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짚었다. 그는 "중국이 미국의 양보를 끌어낸다면 한국 메모리에는 부정적 시나리오"라며 "반대로 회담이 현상 유지로 끝난다면 한국 기업이 반사 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희토류와 반도체 간 합의가 이뤄질 경우 시장에서는 반도체 가격 급등세가 꺾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반도체 성장이 당장 메모리 시장 판도를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지금의 반도체 가격 급등은 AI 군비 경쟁 중에 물가 압력까지 겹친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반갑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중 정상 간 데탕트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반도체 섹터는 숨을 고르는 대신, 다른 업종이 치고 나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젠슨 황 CEO의 방중 합류를 긍정적 신호로 읽는 시각도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회담에서 기술 분야 합의가 도출되고 엔비디아의 대중 수출이 재개된다면 반도체 투자 심리가 다시 살아날 수 있으며, 이는 국내 증시에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미중이 기술 분야에서 실질적 합의에 이를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유보적 입장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