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주가가 올라도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주식 투자로 얻은 수익이 곧바로 부동산 매입에 활용되는 구조 탓에 소비 확대 효과가 제한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조사국 거시분석팀은 7일 공개한 'BOK 이슈노트' 보고서를 통해 주가 상승이 가계 소비에 미치는 영향, 이른바 '주식 자산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김민수 차장, 추성윤 조사역, 곽법준 팀장이 공동 작성했다.
가계금융복지조사 가구패널 데이터를 활용한 추정 결과, 주가가 1만원 상승할 때 가계가 소비에 실제로 쓰는 금액은 자본이득의 1.3%, 즉 약 130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이나 미국 등 주요국에서 자본이득의 3~4%가 소비 증가로 연결되는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BOK이슈노트 발췌
연구진은 이처럼 자산효과가 낮게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로 '부동산 쏠림 현상'을 꼽았다. 주식으로 번 돈이 소비 대신 부동산 투자로 먼저 향하면서 경제 전반의 소비 확대 효과를 약화시킨다는 설명이다. 특히 무주택 가구의 경우 주식 자본이득의 70%가량이 부동산 구입에 투입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 서울 주택매매 자금출처 조사에서도 주식 매각 대금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주식시장의 구조적 특성도 소비 효과를 낮추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국내 주식은 수익률이 낮고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가계가 주가 상승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주식 투자 인구 자체가 선진국에 비해 적어 주가 상승의 체감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거론됐다.
다만 연구진은 최근의 변화에도 주목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으로 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주식을 보유하는 가계가 크게 늘고, 참여 계층도 다양해지는 추세라는 것이다. 특히 새롭게 주식시장에 유입되는 청년층과 중·저소득층은 자산효과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 향후 경제 전체의 자산효과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연구진은 다만 이들이 주가 조정 국면에서 역자산효과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어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가계가 주식시장을 안정적인 자산 형성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투자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부동산 가격 안정을 통해 주식 자본이득이 부동산으로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하고, 가계의 주식 장기 보유 유인을 높이는 방향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