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유심 해킹 사태의 후유증을 딛고 예상보다 이른 실적 반등을 이뤄냈다. 가입자 순증과 영업이익 5000억원 회복을 동시에 달성하면서 턴어라운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텔레콤은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4조3923억원, 영업이익 5376억원, 당기순이익 3164억원을 기록했다고 7일 공시했다.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1.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이후 1년 만에 분기 기준 5000억원 선을 다시 넘어섰다. 별도 기준으로는 매출 3조1058억원, 영업이익 4095억원이었으며, 1분기 주당 배당금은 830원으로 확정돼 분기 배당도 재개됐다.
지난해 유심 해킹 사고 이후 SKT는 가입자 이탈과 브랜드 신뢰도 하락이 맞물리며 수 분기에 걸쳐 실적 압박을 받아왔다. KT와 LG유플러스가 반사이익을 노리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고, 이동통신 3사 간 가입자 쟁탈전은 어느 때보다 격화됐다. 이 같은 환경에서 SKT가 1분기 휴대전화 가입자 21만 명 순증을 기록한 것은 고객 신뢰 회복이 수치로 증명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동전화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1.7% 늘었다. 멤버십 제도 개편을 통해 고객 혜택을 확대하고 이용 편의성을 개선한 것이 가입자 회복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요금제 개편도 진행 중으로 고객 선택권을 더욱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유선 부문을 담당하는 SK브로드밴드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초고속 인터넷 성장에 힘입어 1분기 매출 1조1498억원, 영업이익 1166억원을 달성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2%, 21.4% 증가했다. 영업이익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것은 비용 효율화와 고수익 상품 비중 확대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AI 사업에서는 데이터센터가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AI 데이터센터 매출은 13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3% 급증했다. 가산 등 주요 AI 데이터센터의 가동률이 높아지고 GPUaaS(GPU-as-a-Service) 매출이 확대되면서 사업 성장에 탄력이 붙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경쟁적으로 늘리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AI 연산 자원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데이터센터 사업의 고성장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AI B2B 시장 공략도 가속화한다. SKT는 AI 인프라·모델·서비스를 아우르는 풀스택(Full-Stack) AI 사업자를 표방하며 엔터프라이즈 시장 침투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CEO 직속 엔터프라이즈 통합 추진 조직을 새로 꾸렸다. KT가 공공·금융 분야 AI 수주를 넓히고 LG유플러스가 중소기업 대상 AI 솔루션 패키지로 B2B 시장을 공략하는 구도에서, SKT는 통합 AI 파트너로서 대형 기업 고객을 정조준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B2C AI 영역에서는 대표 서비스 에이닷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 글로벌 수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과 연계해 성능을 높이고, AI 에이전트 사업과 통신 사업 간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통신 기반 5000만 가입자 접점을 에이닷 확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지가 B2C AI 경쟁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박종석 SKT CFO는 "지난 1분기는 고객 가치를 중심으로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AI 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회복해 나간다는 올해 목표에 맞춰 실제 성과를 낸 의미 있는 기간"이라며 "지속적인 성과 창출을 통해 실적 회복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과제는 여전하다. 유심 해킹 사태로 실추된 보안 신뢰를 완전히 회복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고, AI 데이터센터의 고성장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에이닷의 이용자 저변 확대와 B2B AI 수주 실적이 가시화되는 시점이 SKT 턴어라운드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다음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