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삼성전자 노사 임금협상에 직접 중재자로 나서면서 협상 국면이 급변하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이 최종 결렬된 지 불과 4시간 만에 이뤄진 전격적인 결정이다.
김 장관이 중재자로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20일 오후 3시 30분쯤이다. 그는 협상 직전 자신의 SNS에 "끝나야 끝난다"며 타결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어 '선지키며 책임 있고 삼성답게'라는 문구를 올리고, 삼성전자 공장에서 일하다 산업재해로 숨진 고(故) 황유미 씨와 반도체 노동자 산재 피해를 지원해온 시민단체 '반올림'의 이름을 함께 언급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안을 거부한 사측을 강하게 압박하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장관의 직접 중재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데는 그의 이력이 결정적이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그가 사측에 유리한 중재자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김 장관은 그간 자율 교섭 원칙을 강조하며 직접 개입을 자제해왔다. 그럼에도 직접 협상 테이블에 나선 것은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감수해야 할 부담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고 김 장관이 긴급조정권을 발동한다면, 노동계와의 관계는 돌이키기 어려운 수준으로 냉각될 수 있다. 긴급조정권이 마지막으로 발동된 2005년, 김 장관은 당시 철도노조 위원장 자격으로 정부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던 당사자였다. 이제는 그 권한을 직접 손에 쥔 위치에 서게 된 셈이다.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긴급조정 발동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이 장관에게 있는 만큼, 삼성전자로서는 김 장관의 직접적인 압박을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사후조정에서 '적자 사업부 보상' 문제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협상 종료를 선언했다. 노조 측은 "경영진의 의사결정 지연으로 사후조정이 종료됐다"며 21일부터 예정대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사내 공지를 통해 "적자 사업부에도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규모의 보상을 요구하는 노조의 입장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오후 4시 김 장관 주재로 수원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자율 교섭이 재개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오전에 게시했던 사후조정 결렬 관련 사내 공지문을 조용히 내렸다. 협상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오후 8시 15분께에는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까지 협상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며 극적 합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삼성전자 노조는 21일부터 내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으며, 최대 5만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피해액이 최대 1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