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값 30% 폭등·공사비 사상 최고…건설·부동산 시장 동반 압박 커진다

미국·이란 간 종전 협상이 타결 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쟁이 끝나더라도 공사비는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공사비 특성상 가격 하방경직성이 있는 데다 전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자재까지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비에서 비중이 높은 철강 자재값 상승은 분양가 인상 압력으로 직결될 뿐 아니라 사업성 악화로 인한 공급 위축까지 이어질 수 있어 부동산 시장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21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4.42로, 집계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월 대비 0.49% 상승한 수치로, 1월 상승률(0.18%)의 약 2.7배에 달한다.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2.52% 올랐다. 중동 전쟁이 지난 2월 말 발발한 점을 감안하면, 현재 시점의 공사비는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철근값 30% 폭등·공사비 사상 최고…건설·부동산 시장 동반 압박 커진다
ⓒ매일경제

전쟁 여파로 석유화학 계열 자재 가격도 크게 뛰었다. 폴리프로필렌수지가 18.1% 올라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냈고, 이어 폴리에스터수지(13.2%), 폴리염화비닐수지(12.1%), 아스팔트(10.2%), 에폭시수지(10.1%) 순이었다.

전쟁 발발 직후에는 자재 수급 차질로 건설 현장 곳곳이 혼란에 빠졌다. 현대건설은 지난 3월 서울 마천4구역 재개발 조합에 공사비를 기존 3834억원에서 6733억원으로 75.6% 인상해달라고 요청했으며, 대조1구역과 등촌1구역 조합에도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다. 인천의 한 아파트는 입주 개시일과 사전점검 일정이 당초보다 2~3주 늦춰지기도 했다.

공사비 급등은 건설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조합과의 공사비 협의가 장기화되면서 사업 자체가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을 중심으로 시공사 선정이 미뤄지거나 착공이 지체되면서 향후 아파트 공급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공급이 줄면 수요와의 격차가 벌어져 기존 아파트 가격을 밀어 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실수요자들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전쟁이 종결되더라도 공사비가 쉽게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 자재는 생산시설과 물류 시스템 특성상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 가격이 비탄력적으로 움직인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은 빠르게 자재 가격에 반영되는 반면, 하락분은 좀처럼 반영되지 않는 구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유연탄 가격 급등으로 시멘트 가격이 크게 오르고 건설비가 상승했지만, 이후 유연탄 가격이 안정됐음에도 공사비는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당시 공사비 상승이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지며 신규 아파트 가격이 한 단계 높아졌던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유사한 흐름이 반복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건설산업연구원은 "모든 자재 가격은 한 번 오르면 잘 떨어지지 않는 하방경직성이 있다"며 "나프타와 직접 연관된 자재값은 소폭 내릴 가능성이 있지만, 전반적인 공사비가 이미 오른 상황에서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욱이 석유화학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자재들까지 가격이 오르고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철강업계가 잇따라 감산에 나서면서 연초 톤당 70만원 수준이던 철근 유통가격이 현재 90만원 선까지 치솟아 약 30% 가까이 뛰었다. 철근과 형강은 아파트 골조 공사의 핵심 자재로 공사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이 같은 철강 자재값 상승은 시공사가 조합에 요구하는 공사비 증액 압력을 높이고, 결국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건설업계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공사비 상승이 공급 감소와 분양가 인상이라는 두 가지 경로로 부동산 시장을 압박하는 만큼, 건설 원가 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은 "공공공사 물가변동 조정 체계를 신속히 가동하고, 민간공사에도 합리적인 가격 연동 장치를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가 변동에 따른 특정 자재 가격 급등으로 계약금액 조정이 늦어지면 손실이 시공사에서 하도급업체와 근로자에게까지 전가될 수 있다"며 "중소·전문건설업체를 위한 유동성 안전판 마련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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