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30일 경기 화성 동탄구, 용인 기흥구, 구리시를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면서 지난해 10·15 대책 이후 반복돼온 '규제의 역설'이 다시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세 지역을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경기도는 같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신규 지정한다고 밝혔다.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효력은 1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오는 5일부터 2027년 12월 31일까지 적용된다. 이번 지정으로 경기권 규제지역은 15곳으로 늘었고, 지난해 10·15 대책으로 규제 묶인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을 합치면 삼중 규제 대상은 모두 40곳으로 확대됐다.
세 지역이 규제망에 새로 포함된 배경에는 반도체 호황과 교통 호재가 겹친 특수성이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임직원들의 고액 성과급이 사업장과 가까운 동탄구·기흥구 부동산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고, 구리시는 서울과 인접한 역세권이라는 입지 이점이 부각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들어(6월 넷째 주 기준) 동탄구 아파트값은 11.38% 올라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구리시와 기흥구도 각각 7.87%, 6.21% 상승했다. 올 초 15억~16억 원 선이던 동탄역 인근 한 대단지 전용 84㎡는 최근 22억 원대에 손바뀜하며 5개월 새 7억 원 가까이 뛰었다.
이런 급등세는 이미 예견됐던 흐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실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주택 취득 자금조달계획서를 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경기권 규제지역과 맞닿은 18개 비규제지역의 주택 매입액은 약 15조5882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약 6조269억 원)보다 158.65%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14.9%)과 경기 전체(77%)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이번에 규제지역으로 새로 묶인 구리(1조4573억 원)는 329.53%, 동탄(4조3306억 원)은 214.96%, 기흥(1조9801억 원)은 191.82% 급증해 세 지역이 대표적인 '풍선효과' 수혜지였음을 보여준다.
규제망을 피해간 다른 지역에서는 벌써 반사 효과가 감지된다. 비규제지역인 안양시 만안구의 한 대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27일 11억 원에 거래됐는데, 10·15 대책 전만 해도 9억 원 선이었던 매물이다.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의 한 단지 전용 84㎡도 직전 호가보다 5000만 원가량 오른 11억 원에 새 매물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밖에도 군포·안양 만안구 일부 산본신도시권, 고양 일산, 수원 권선구, 의정부시, 용인 처인구, 화성 병점·봉담 등이 다음 풍선효과 확산 후보지로 거론된다.
실제 통계에도 온기가 감지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634건이던 남양주시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월평균 814건으로 20% 이상 늘었고, 수원 권선구의 지난 5월 거래량도 전년 대비 55% 증가했다. 구리시의 경우 한국부동산원 매입자 거주지 통계 기준 올해 1~4월 매수자 중 서울 거주자 비중이 38.0%로 경기도 평균(15.5%)의 두 배를 웃돌아, 전세난에 지친 '탈서울'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남양주와 의정부의 올해 누적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도 각각 2.95%로, 지난해 같은 기간 마이너스(-0.31%)였던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상승 전환이다.
정작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세 곳에서는 매물이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신규 지정으로 무주택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40%로 제한되고 유주택자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금지되며, 5일부터는 전세를 낀 갭투자도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정 발표 다음 날 전일 대비 구리(-0.4%), 기흥(-0.6%), 동탄(-0.3%) 모두 매물이 줄었고, 동탄·기흥 두 지역의 매물은 하루 만에 30건가량 감소했다.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효 전 세 낀 매물을 서둘러 처분하려는 매도자와 규제 시행 전 '막차 매수'에 나선 수요가 겹치면서, 호가를 3억 원 넘게 낮춘 급매물이 등장하는 등 매도자와 매수자 간 힘겨루기도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결국 공급 확대나 유동성 관리 없이 규제지역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풍선효과를 근본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규제가 덜한 인접 지역으로 옮겨갈 뿐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수도권 공급 확대와 매입임대 확충이 실제 입주로 이어질 것이라는 신뢰를 시장에 줄 수 있는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과거 정부에서도 2017년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한 뒤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자 규제지역을 경기권, 이어 비수도권까지 넓혔지만 상승세는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가 본격화한 이후에야 진정된 전례가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유사한 수요가 얼마나 넓은 지역까지 퍼질지를 봤을 때 지금보다 아주 광범위하게 커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풍선효과 우려는 항상 있는 만큼 시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