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 매물이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증가분의 절반 이상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 집중되면서, 초고가 주택 보유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세제개편안 발표 직후 6일 만에 서울 아파트 매물은 2107건(3.4%) 증가했다. 이 가운데 강남구가 481건(5.1%), 서초구가 468건(6.1%) 늘어 두 곳만 합쳐도 전체 증가분의 절반에 육박했다.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인 용산구도 79건(4.5%) 증가하는 등 자산가들이 집중된 지역일수록 매물 출회 속도가 두드러졌다.
이번 세제개편의 핵심은 실거주 여부에 따른 세 부담 차등 강화다.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이 보유 기간 중심에서 실제 거주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비거주 상태로 고가 주택을 보유해온 집주인들의 절세 여건이 크게 달라졌다. 마포구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에서는 비거주 집주인의 전용 84㎡ 물건이 30억 원에 새로 나왔고, 압구정 현대 일대에서도 세제 개편 이후 추가 매물이 3~4건씩 확인되고 있다.
매물 증가의 주체는 주로 고령층이다. 오랫동안 매도 시점을 재던 고령 집주인들이 세 부담이 현실화하자 호가를 낮춰 시장에 나오는 흐름이 감지된다. 압구정 현대5차 인근 중개업소에는 80세 안팎의 은퇴 집주인이 직접 찾아와 매도와 증여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 상담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증여세 부담에 대한 고민이 커지면서 단순 매도 대신 가족 간 이전을 검토하는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다만 매물이 늘었다고 해서 곧바로 거래로 이어지는 분위기는 아니다. 정부가 세제 보완 가능성을 시사한 데다 9월 이후 국회 입법 절차가 남아 있어,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확정안을 지켜보겠다는 관망세가 짙다. 마포구 아현동 일대에서는 9월 이후 급매가 나오면 그때 사겠다는 대기 수요가 포착되고 있다. 실제로 세제 개편안 발표 직전인 지난달 14일 이후 30억 원 이상 서울 아파트 거래는 17건에 그쳤다.
임대차 시장에도 파장이 번지고 있다. 실거주 요건을 충족해야 세제 혜택을 유지할 수 있게 되자, 세를 놓았던 집주인들이 임대차 계약 만료 이후 직접 입주하거나 전세를 반전세·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일대에서는 13억 원대 전세 매물이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500만 원 수준으로 전환된 사례가 확인됐다. 7일 입주를 시작한 서초구 반포동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2901가구)'도 전월세 물량이 기대만큼 풀리지 않고 있다는 현장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따라 임대 공급이 줄고 전월세 가격이 오르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세 부담이 결국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세제 개편이 일정 부분 매물 출회를 유도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서울 핵심 지역의 경우 실거주 전환이나 증여를 선택하는 집주인도 상당수일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 부족이 지속되는 한 가격 하락 압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