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8개 도시 대규모 투자 로드맵" 공개…반도체·로봇·배터리·바이오, 권역별 첨단산업 지도

삼성그룹이 전국을 하나의 첨단산업 네트워크로 엮는 권역별 투자 청사진을 내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광주·아산·구미·울산·거제·부산·천안·송도 등 8개 도시에 반도체, AI, 로봇, 배터리, 바이오를 각각 배치하는 중장기 투자 로드맵을 직접 발표했다.

삼성, "8개 도시 대규모 투자 로드맵" 공개…반도체·로봇·배터리·바이오, 권역별 첨단산업 지도
ⓒ 연합뉴스

이번 구상의 핵심은 공장을 지역에 단순 분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 도시가 수십 년간 쌓아온 산업 기반과 기술 인프라 위에 미래 산업을 얹는 '지역 맞춤형 첨단화 전략'이다. 이 회장은 "AI 시대에는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 계획만으로는 미래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 어렵다"며 "결국 승부는 속도"라고 강조했다.

호남권에서는 광주가 메모리 반도체 전공정 팹의 새로운 거점으로 공식화됐다. 삼성전자는 광주 첨단3지구를 전공정 팹 후보지로 낙점하고, 충남 아산에는 반도체 후공정 팹과 AI 데이터센터를 함께 구축해 전·후공정 분업 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이 회장은 "전력과 용수, 인력 확보가 가능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인프라 지원과 투자 인센티브가 기대되는 광주를 새로운 반도체 생산단지 후보지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전남은 재생에너지와 원전 연계 전력 공급이 가능하고, 수도권 대비 대규모 산업용지 확보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장기 확장성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충청권에는 차세대 HBM과 첨단 패키징 역량이 집중된다. 천안·온양은 이미 삼성의 반도체 후공정과 패키징 기술이 수십 년간 축적된 지역으로,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HBM 생산의 중심지로 기능이 강화된다. HBM은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적층하는 기술이 핵심인 만큼 기존 후공정 인프라와 기술 인력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개발 기간과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경북 구미는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의 전진기지로 변신한다. 삼성은 구미에 그룹 내부 AI 데이터센터도 함께 배치해 AI 학습과 로봇 개발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할 계획이다. 구미가 보유한 스마트폰·통신장비·전자부품 생산 경험과 자동화 설비 노하우는 센서, 모터, 반도체, 정밀기계가 동시에 결합되는 로봇 제조업으로 전환하기에 가장 적합한 기반으로 꼽힌다.

울산에는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BESS)용 배터리 개발·생산이 집중된다. 자동차·석유화학·정밀화학 산업이 밀집한 국내 최대 산업도시의 화학소재 기술 기반이 차세대 배터리 사업의 토대가 된다. 경남 거제는 삼성중공업을 축으로 스마트 조선·친환경 선박·디지털 조선소 등 미래형 조선 거점으로 고도화된다. 세계적 경쟁력을 이미 갖춘 조선 산업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부산에는 삼성전기의 첨단 패키지 기판 생산이 확대된다. AI 반도체와 GPU 수요 급증에 맞춰 초고성능 기판 공급 능력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수도권은 기존 역할을 유지하면서 비수도권 거점을 병렬 확장하는 구조다. 기흥은 차세대 공정 연구개발의 핵심 거점, 화성과 평택은 세계 최대 규모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로 계속 운영된다. 용인 국가산업단지는 투자 일정을 앞당겨 미래 메가클러스터로 조성 중이다. 인천 송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글로벌 바이오 클러스터 역할을 이어간다. 삼성은 기존 시설을 지속 확장해 송도를 세계 최대 바이오 생산단지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 투자를 합산할 경우 향후 10년간 1000조 원을 웃도는 민간 투자가 전국에 걸쳐 집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발표를 계기로 정부는 현대차그룹·LG그룹 등과의 피지컬 AI 및 AI 데이터센터 분야 후속 협의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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