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통계를 들여다보면 한국 임대차 시장의 지형이 얼마나 빠르게 바뀌었는지 실감하게 된다. 2019년만 해도 전국 비 아파트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4.5%에 불과했지만, 올 2월 누계 기준으로는 81.5%까지 치솟았다. 7년 남짓한 기간 사이에 비율이 거의 두 배 가까이 뛴 셈이다.
월세 비중이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시점은 2022년이다. 2021년까지만 해도 전국 비 아파트 월세 비중은 48.5% 수준이었지만, 2022년 들어 59.6%로 급등했다. 서울도 같은 기간 48.1%에서 57.4%로 올랐고, 지방은 56.4%에서 67.9%까지 뛰었다. 이후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고, 올 2월 누계 기준으로 전국 81.5%, 서울 79.7%, 지방 87.0%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5채 안팎이 월세이던 시절에서, 이제는 10채 중 8채가 월세 주택인 시대가 온 것이다.
아파트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22년을 기점으로 아파트 월세 비중 역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같은 해 40%대를 넘어선 데 이어 최근에는 50% 선마저 돌파했다. 서울의 경우도 49.8%로 절반에 육박한 상황이다.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월세로의 전환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재계약 시 전세를 보증부 월세로 바꾸거나 월세를 올려받는 경우도 부쩍 잦아졌다"고 전했다.
이 같은 변화는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우선 실거주 의무 강화로 전세 공급 물량 자체가 줄면서 임대차 시장의 무게추가 월세 쪽으로 기울고 있다. 집주인들 입장에서도 대출금리 인상으로 전세 보증금을 받아 예치하는 것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보니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세입자들 역시 전세 대출이 갈수록 까다로워지면서 반강제적으로 월세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가격 상승률에서도 월세가 전세를 앞지르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월간 아파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월세 가격은 3.94% 올라 같은 기간 전세가격 상승률(3.77%)을 웃돌았다. 올해도 2월까지의 수치를 보면 월세가 1.03% 오른 반면 전세는 0.99% 상승에 그쳐 격차가 유지되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51만원이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정책 기조와 공급 여건을 감안할 때 전세 시장이 갈수록 위축되고 월세 전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한국 주거 시장이 '월세 중심 구조'로 구조적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