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서울을 벗어나 지방 대도시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울산·세종·부산 등지에서 전세 매물이 급감하는 동시에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지방 전세시장의 불안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4주 통계에 따르면, 지방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06% 상승하며 30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지역별로는 울산(0.18%), 세종(0.15%), 부산(0.12%) 순으로 상승폭이 컸다.
실거래 사례에서도 상승세는 뚜렷하게 확인된다. 울산 남구 신정동 문수로아이파크 1단지 전용 101㎡ 아파트는 이달 7억 3000만 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2년 전보다 1억 원 오른 가격이다. 현재 해당 평형의 전세 매물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민간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울산(-81.8%), 세종(-76.9%), 부산(-65.8%), 대구(-65.8%) 등 지방 주요 지역의 아파트 전세 매물이 2년 전에 비해 최대 8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 감소도 상승 압력을 키우는 요인이다. 세종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공급 절벽 국면에 접어들었고, 울산 역시 향후 3년간 연간 3000가구 안팎의 입주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적정 수요(약 5500가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수급 불균형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도 지방 전세시장을 압박하는 변수로 꼽힌다. 보유세와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일부 다주택자들이 지방 아파트 전세 매물을 처분하거나 월세로 돌리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전세 공급의 상당 부분을 담당해온 계층의 이탈은 매물 감소로 직결될 수 있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은 "다주택자 규제의 여파가 서울에 그치지 않고 지방 대도시 전세시장으로도 번지고 있다"며 "공급 확대 없이 규제에만 의존하면 지방 전세시장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