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대출 만기연장 금지…1만2000가구 매물, 무주택자 기회 될까

오는 17일부터 다주택자가 보유한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의 만기 연장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5월 9일로 예정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와 맞물리면서 매물 출회 압박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강도 대출규제와 고금리가 겹치면서 시장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많다.

정부는 지난 1일 다주택자 보유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담보대출 만기연장 불허를 핵심으로 하는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단, 임차인이 거주 중이거나 법령상 의무·공익적 목적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는 예외로 뒀다.

다주택자 대출 만기연장 금지

ⓒ 관계부처 합동

당국에 따르면 다주택자가 보유한 만기 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약 1만7000가구(4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은 약 1만2000가구(2조7000억원)로 추산된다.

정부는 신속한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 위해 보완 조치도 마련했다. 올해 12월 31일까지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접수하고, 허가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취득하는 경우 기존 임대차 계약 종료일까지 실거주 의무를 유예해주는 방식이다.

이번 대책으로 무주택자에게는 이른바 '세 끼고 매매(갭투자)' 기회가 열렸다. 기존에는 5월 9일 양도세 중과 유예 적용 매물 중 실거주 의무가 면제되는 경우가 임대차 계약이 2028년 2월 12일 이전에 종료되는 물건으로 한정됐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면제 시점이 2028년 4월 중순에서 최대 7월 말까지 연장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매물이 쏟아지더라도 시장이 이를 소화할 여력이 있느냐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이달 초 기준 7만7772건으로, 연초(5만7000여 건) 대비 25% 이상 증가했다. 반면 거래량은 이를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집계 기준 2월 말 토지거래허가 신규 신청 건수는 4521건으로 1월보다 30% 줄었다.

금리 부담도 걸림돌이다. 지난달 31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5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42~7.02% 수준이다. 고정금리 상단이 7%를 넘은 것은 2022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현장에서도 거래 성사가 쉽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규제 위에 규제, 예외 위에 예외가 쌓이면서 거래 조건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며 "여러 조건을 동시에 맞출 수 있는 매도자와 매수자를 연결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의 파급력이 전체 시장보다는 일부 지역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대출 연장이나 대환에 의존해온 다주택자의 매각 부담이 커지면 단기적으로 매물이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 대상이 다주택자,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제한적이어서 시장 전반에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며 "오히려 세입자 입장에서는 임대 매물 감소와 가격 변동성 확대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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