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투기적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를 겨냥한 고강도 대출 규제를 예고한 가운데, 지난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1주택자에게 발급한 전세대출 보증액이 2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절연'을 선언한 정부가 갭투자 수단으로 지목한 전세대출 공적보증 제한 카드를 꺼낼지 주목된다.
ⓒHUG자료
2일 HUG의 전세자금대출특약보증(전세대출 보증) 발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1주택자에게 발급된 전세대출 보증액은 2조113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무주택자 발급액을 포함한 전체 전세대출 보증 발급액 30조6262억원의 약 7%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세대출 보증은 세입자가 은행에서 전세자금을 빌릴 때 HUG·한국주택금융공사(HF)·SGI서울보증 같은 공적기관이 담보력을 대신해주는 제도다. 현재 1주택자는 이 보증을 통해 서울과 수도권에서 최대 2억원까지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세입자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보증기관이 대출 원리금의 80%를 은행에 대신 지급하는 구조여서, 보증이 막히면 사실상 전세대출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전세대출 보증을 단계적으로 축소해왔다. 6·27 대출규제로 보증 비율을 기존 90%에서 80%로 낮춘 데 이어, 9·7 대책에서는 수도권·규제지역 1주택자의 전세대출 보증 한도를 3억원에서 2억원으로 줄였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뿐 아니라 투기적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까지 겨냥한 고강도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자,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1주택자의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하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전날 공개된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해당 내용이 담길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투기성 여부를 가려낼 기준 마련과 데이터 분석 작업에 추가 시간이 필요해 발표가 미뤄졌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 자리에서 "투기적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와 부동산 금융의 경제적 유인구조 전면 재설계를 통해 부동산 투기는 돈이 안 된다는 원칙을 시장에 확실히 각인시키겠다"며 추가 대책을 예고했다. 전요섭 금융위 금융정책국장도 같은 날 "투기 목적의 비거주 1주택에 대한 추가 대출규제를 검토 중"이라며 "고려할 사항이 많아 발표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부모 봉양, 직장 이동, 자녀 교육, 질병 치료처럼 투기와 무관한 사유로 자신의 집에 거주하지 못하는 경우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갭투자용이 아니라 직장 등 불가피한 사유로 일시 비거주하는 경우는 규제에서 제외됨이 명백하다"고 직접 언급했다.
문제는 투기성 비거주와 불가피한 비거주를 어떻게 구분하느냐다. 금융당국은 전입 신고 주소지, 직장 위치, 부모 주소, 자녀 학교 등 다양한 행정 정보를 결합해 판별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지만, 이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당국 안팎의 시각이다. 전 국장도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아 대책 발표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규제 방향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밀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금융·세제 규제가 강화될 경우 임대 공급이 위축돼 전·월세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불가피한 사유로 실거주를 못 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예외 기준 마련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