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심의 반도체 ETF로 투자자금이 집중됐지만, 정작 수익률 상위권은 IT 지수 추종 상품이 휩쓴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산의 수혜가 반도체를 넘어 패키지 기판,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부품 영역으로 번지면서, IT 지수를 구성하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가파른 상승세를 이끈 덕분이다.
28일 ETF체크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IT 지수 추종 패시브 ETF 3종이 연중 수익률(레버리지 제외)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KODEX 200 IT TR'은 206.66%의 수익률로 전체 ETF 중 4위에 올랐고, 'TIGER 200 IT'(205.16%)와 'KODEX IT'(186.71%)가 각각 5위와 7위를 차지하며 200% 안팎의 성과를 거뒀다.
반면 KRX 반도체 지수를 추종하는 'TIGER 반도체'(173.29%)와 'KODEX 반도체'(172.35%)는 각각 11위와 12위에 머물렀다. 자금 유입 규모와 수익률이 정반대로 나타난 셈이다.
이 같은 수익률 역전 현상의 배경은 지수 구성 종목의 차이에 있다. 반도체 지수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에 집중된 반면, '코스피200 정보기술 지수'는 반도체 기업에 더해 삼성전기, LG이노텍, 삼성SDI, 현대오토에버 등 IT 하드웨어 대형 우량주를 폭넓게 담고 있다.
지수 상승을 이끈 일등 공신은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다. 삼성전기는 올해 주가 상승률이 539.22%에 달해 코스피 전체 종목 중 3위를 기록했고, LG이노텍도 285.24% 급등하며 8위에 자리했다. 반도체 대장주인 SK하이닉스(244.55%)와 삼성전자(156.05%)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두 기업의 급등 배경으로는 AI 인프라 확산에 따른 고부가 부품 수요 폭발과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꼽힌다. 삼성전기는 MLCC와 패키지 기판 분야에서 글로벌 2위 사업자로, AI 서버와 가속기에 탑재되는 고용량·고성능 제품을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공급하며 실적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차세대 패키지 기판인 FC-BGA 분야의 후발 주자지만, 선두 업체들의 AI 제품 생산 할당이 늘어나면서 기존 기판 제품(RF-SiP, FC-CSP 등)까지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오르는 낙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다른 IT 지수 구성 종목들도 뒷받침했다. LG전자(155.71%)는 연초의 지지부진한 흐름을 떨치고 최근 급등세로 돌아서며 삼성전자와 비슷한 수익률을 달성했고, 삼성SDI(133.77%)와 현대오토에버(130.42%)도 견조한 오름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의 선택은 반도체 ETF에 쏠렸다. 'KODEX 반도체'에는 2조853억 원이 유입된 반면, 'TIGER 200 IT'의 순자금 유입은 4344억 원에 그쳤다. 'KODEX 200 IT TR'과 'KODEX IT'는 순유입 상위 10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중심에서 AI 밸류체인 전반으로 주도주가 확장되는 흐름"이라며 "AI 투자 수요가 데이터센터·전력·장비로 확산되면서 부품·소재 등 후방 산업으로 수혜 범위가 넓어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