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재건축이 여타 대규모 정비사업 구역보다 빠르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데는 구조적 이유가 있다. 재개발과 달리 단독·다가구주택이나 소규모 상가 지분이 섞이지 않은, 같은 시기에 지어진 아파트 단지 단위 사업이어서 소유관계가 단순하고 주민 동의 확보가 비교적 수월하다. 일부 단지에서 상가 제척 문제를 놓고 협의가 이뤄졌지만, 사업 전체의 발목을 잡는 수준의 지분 갈등은 없었다.
여기에 더해 사업 추진을 서두르게 만드는 외부 변수도 작동하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2030년 11월부터 새로운 고도제한 기준을 시행하면, 현재 각 단지가 계획 중인 최고 45~49층 설계가 30층대로 대폭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목동신시가지 단지들이 2030년 이전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합 설립과 통합심의, 시공사 선정 절차를 가능한 한 앞당기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 가운데 다섯 번째로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곳이 7단지다. 양천구는 이달 8일 목동7단지 재건축 조합 설립을 인가했다. 지난달 24일 토지 등 소유자 동의율 90.4%를 확보해 신청한 지 14일 만이다. 앞서 지난해 5월 6단지를 시작으로 12·8·4단지가 차례로 인가를 받았다. 1986년 준공한 7단지는 현재 2550가구 규모로, 재건축을 통해 최고 49층 4341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7단지 조합은 다음 달 서울시 통합심의를 접수하고 이르면 연내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지성진 목동7단지 조합장은 "올 가을 시공사 입찰 공고를 내고 재건축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근 12단지도 조합 인가에 이어 이미 시공자 선정 입찰 공고를 낸 상태다. 12단지 재건축 사업은 최고 43층 2810가구 규모로, 총사업비는 약 1조7888억 원이다.
목동 14개 단지가 모두 재건축되면 기존 2만6629가구가 4만7438가구로 늘어나고, 총사업비는 30조 원을 웃돌 전망이다. 이는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이른바 '압여목성' 4개 권역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개별 구역 단위로 사업이 진행되는 압구정·성수와 달리, 목동은 신도시 하나를 새로 짓는 것에 맞먹는 사업이 사실상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다.
압구정은 한강변 공공성 확보와 공공기여 부담을 둘러싼 서울시·강남구·조합 간 조율이 변수로 남아 있다. 성수는 재개발 사업 특성상 소규모 상가 소유자의 분양 자격, 감정평가액, 이주 조건 등을 둘러싼 갈등 소지가 상대적으로 크다. 성수2지구에서는 소규모 상가 소유자의 아파트 분양 문제로 소송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반면 목동은 이런 복잡한 변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압여목성' 중 가장 빠른 속도전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규모 이주 문제에 대한 선제 대응도 눈길을 끈다. 양천구청은 최근 목동 재건축이 본격화할 경우 3만 가구에 육박하는 대규모 이주 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정비사업의 최대 난관으로 꼽히는 이주 문제를 지자체가 앞서 대비에 나선 것이다.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7단지는 목동역에 인접한 초역세권 단지인 데다 기존 용적률이 낮아 사업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 대형 건설사들이 일찍부터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목동역 인근에 '디에이치 라운지'를 개관해 수주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삼성물산·GS건설·롯데건설·DL이앤씨 등도 브랜드 홍보 거점을 마련하거나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7단지가 제시하는 공사비와 금융 조건이 이후 목동 재건축 수주전 전체의 기준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사들은 14개 단지 전체를 쫓기보다 사업성과 경쟁 구도를 면밀히 따져 특정 단지에 역량을 집중하는 선별 수주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4단지는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 8단지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재대결 가능성이 거론되고, 삼성물산은 홀수 단지를 중심으로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목동은 14개 단지가 동시다발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만큼 경쟁보다는 선별적인 수주가 이뤄질 것"이라며 "다만 7단지는 규모와 입지, 사업성을 모두 갖춘 핵심 사업지여서 경쟁입찰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