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금리 상승이 매수 심리를 직접적으로 위축시키는 구조에서, 특히 대출 의존도가 높은 서울 외곽 지역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누적된 공급 부족과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전월세 시장 불안이 가격 하락을 제한하는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시장 전망은 엇갈린다.
지역별 대출 의존도를 살펴보면 취약 지역이 어디인지 선명하게 드러난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연립주택 등 포함)의 평균 대출지수는 51.99%, 경기는 63.16%를 기록했다. 집합건물 대출지수는 매매금액 대비 근저당권 설정금액의 비율로, 수치가 높을수록 주택 매입 시 대출에 기대는 정도가 크다는 뜻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중랑구(60.04%)·노원구(59.30%)·금천구(58.15%)·구로구(56.34%)·은평구(55.69%) 등 주로 외곽에 위치한 자치구들은 서울 평균을 크게 웃돌아, 금리 인상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조임을 보여준다.
이번 금리 인상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지역에 따라 차별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한국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은 "이번 금리 인상이 앞서 시장금리에 어느 정도 선반영된 측면이 있으나, 정부의 부동산 규제 등과 맞물려 주택 수요 구매력 약화와 매수 심리 둔화, 거래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금 비중이 높은 고가 아파트 지역보다 대출 의존도가 높은 중저가 지역의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미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5년) 금리가 연 4.26~7.10% 수준에 형성된 상황에서 추가 인상 부담이 가중되는 구도다.
그럼에도 시장 전문가들은 당장 집값이 큰 폭으로 내려앉기는 어렵다고 본다. 핵심 이유는 공급 절벽이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 집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은 2만7158가구로 지난해(3만7103가구)보다 26.9% 줄어들었으며, 내년엔 1만7197가구로 감소 폭이 더 커진다. 입주 물량 감소와 맞물려 전셋값도 오름세를 이어가며 임차 수요 일부가 매매 수요로 전환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시장 내 주택 수요가 금리 부담보다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기대에 더 크게 반응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도 "금리 인상이 집값 상승을 어느 정도 억제하는 효과는 있지만, 공급 부족으로 전세가격이 계속 오르면 집값도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금리와 연동되는 월세가 더 빠르게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향후 부동산 시장의 향방은 추가 금리 인상 여부와 세제개편안의 강도에 따라 상당한 진폭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된다면 레버리지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이 점진적으로 늘고 가격 조정 압력도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강남3구와 용산구 등 현금 비중이 높은 핵심 지역은 금융비용 변화의 영향이 제한적이어서 가격과 매물 모두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지역 간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지는 시나리오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기준금리 인상이 수차례 이어질 경우 올해 말이나 내년엔 집값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