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는 여섯 차례의 대책으로 억누르고 공급은 규제로 막은 결과,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집값·전셋값·월세가 동시에 치솟는 전례 없는 현상이 1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 피해는 투기 세력이 아닌 청년과 신혼부부, 중산층 1주택자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5일 서울시장 공식 누리집과 소셜방송 '라이브서울'을 통해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1년을 직접 진단하는 약 26분 분량의 영상을 공개했다. '일타강사'를 자처한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대장 4만4000여건과 공인중개사 약 660명의 의견을 포함한 전수 주택 거래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하며 현장 상황을 숫자로 조목조목 짚었다. 이번 1편은 시장 진단과 원인 분석에 집중했으며, 정책 전환 방향과 서울시 자체 대책을 담은 2편은 이르면 다음 날 공개될 예정이다.
오 시장이 제시한 통계는 간명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1년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3.1%, 전세가격은 6.3%, 월세는 7.4% 각각 상승했다. 전세 상승률은 11년 만에, 월세 상승폭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다. 서울 아파트값은 정부 출범 직후부터 6·27 대책 발표 이전까지 21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매매·전세·월세가 동반 상승하는 '트리플 강세'는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나타난 바 없는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전세시장 실태는 더 뚜렷하다. 오 시장은 정부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전세 매물이 계단식으로 줄어 1년 만에 전체의 약 3분의 1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서울의 500가구 이상 대단지 850곳 가운데 404곳에서 전세 매물이 2건 이하에 불과하며, 올해 체결된 전세계약의 55.4%가 갱신계약이다. '전세 감옥'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한 오 시장은 "실거주 의무 강화로 갭투자뿐 아니라 기존 세입자가 살던 전셋집까지 사라졌다"며 "원하는 시민은 여전히 많은데 매물이 없어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세를 원하는 수요는 78.3%에 달하고, 매물이 부족하다는 응답도 약 70%로 집계됐다. 결국 6월 기준 서울 아파트 임대차시장의 월세 비중이 53.3%로 전세(46.7%)를 처음 넘어섰으며, 금리 변화가 크지 않은 시기임에도 월세가 급증한 것을 두고 오 시장은 자연스러운 구조 변화가 아닌 정책의 결과라고 못 박았다. 기존 세입자가 거주 주택을 직접 매입한 비율은 2.9%에 그쳤다.
정책 효과의 역설도 수치로 확인됐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6·27 대책 이후 매수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15억원 이하 아파트로 이동했다는 것이 서울시의 분석이다.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전체 아파트 거래의 78.1%가 15억원 이하에 몰렸고, 이는 영등포·강서·관악·동작·성북·성동구 등 비강남권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간 해당 지역의 주택가격은 7% 이상 올랐다. 오 시장은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내놓은 대책이 비강남과 한강벨트, 서울 외곽지역 가격까지 끌어올렸다"며 "대책 직후 잠시 주춤했을 뿐 전체적인 가격 흐름은 계속 우상향했다"고 말했다.
공급 측면의 문제도 병행 지적됐다. 정부가 발표한 서울 공급 물량 약 3만2000가구 가운데 2만8000가구는 과거 발표 이후 장기간 진척이 없던 사업이라 실질적인 신규 공급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주비 대출 규제로 올해 이주 예정인 정비사업구역 35곳 중 14곳의 자금 조달이 불확실한 상황으로, 시공사 보증을 확보하더라도 연 4~7%의 금리 부담이 조합원 분담금과 분양가 상승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오 시장은 지적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 2만7000가구 중 정비사업 비중은 약 60%인 1만7000가구지만, 내년에는 8000가구 수준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세제 부담도 애초 표적이 아닌 계층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 공동주택의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 비중은 2009년 2.99%에서 올해 14.9%로 높아졌고, 서울 1주택자 종부세 과세 대상자는 지난해 12만명에서 올해 16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강벨트 1주택자는 같은 기간 3만3000명에서 5만7000명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오 시장은 "투기를 잡겠다던 세금이 중산층 1주택자에게 꽂히고 있다"고 말했다. 신림동 대학가 원룸 월세가 1년 만에 40만원에서 80만원으로 두 배 뛰었고,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 행복주택 청약에 9만2000명이 몰린 사실도 같은 맥락의 근거로 제시됐다.
오 시장은 현 정부의 대책 기조가 이전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흐름과 닮았다고도 비판했다. 대출 규제와 임대주택 공급 발표, 투기과열지구 지정, 양도세·보유세 강화로 이어지는 정책 순서가 거의 판박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오 시장은 이 분석 내용을 전날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직접 발언하려 했으나 기회를 얻지 못하고 30쪽 분량의 보고서를 서면 제출하는 데 그쳤다. 민선 9기 출범 이후 첫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였지만 발언권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오 시장은 이번 행동이 정부와의 대립을 위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면서 "부동산에는 여야가 없고 시민의 삶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현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서울시가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지난 1년간 일곱 차례에 걸쳐 18건의 정책을 정부에 건의해 왔다고도 밝혔다. 그는 "부동산 지옥은 끝낼 수 있다. 시민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며 영상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