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토론회서 드러난 부동산 금융 딜레마…"대출 풀어라" vs "집값 오른다"

실수요자를 보호하면서도 집값 상승을 막아야 한다는 부동산 금융의 고차방정식이 공개 토론장에서 충돌했다. 15일 금융위원회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주최한 '부동산 금융정책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에서 청년층 대출 확대, 전세대출 관리, 이주비 규제, 가계부채 총량관리를 둘러싼 논쟁이 팽팽하게 벌어졌다.

금융위 토론회서 드러난 부동산 금융 딜레마…"대출 풀어라" vs "집값 오른다"
ⓒ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날 토론회는 국토교통부가 전날 주관한 공급 분야 토론회에 이어 열린 두 번째 순서다. 정부는 공급·금융·세제 세 분야에 걸쳐 순차적으로 공개토론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23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는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로 논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기조발제에서는 부동산 금융규제가 실수요자 보호와 시장 안정이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상충하는 지점이 있다는 문제 의식이 제기됐다. 고가 주택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택담보대출에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 도입 필요성도 거론됐다. 이는 차입 비용을 높여 과도한 주택 투자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취지다.

패널 토론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이 벌어진 대목 중 하나는 가계부채 총량규제였다. 2021년 하반기 집값 안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대출 총량 규제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가 현재도 유효한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한편에서는 최근 가족 간 사적 금융 거래가 늘어난 만큼 DSR 산정 시 이를 포함해 대출 한도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반면 가계부채 대부분이 30∼40대의 주택 구입·전세 자금 마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만큼 총량규제는 단기 수단에 그쳐야 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완화가 필요하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전세대출 관리 방안을 놓고도 입장이 선명하게 갈렸다. 전세대출 대부분이 정부 보증을 수반한 보증부 대출인 만큼 가격 상승 부담이 있고, 지원 대상을 취약계층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에 맞서 임대주택 재고율이 6∼7%에 불과한 국내 현실에서 무주택 서민에 대한 전세대출은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KB국민은행은 최근 전국 주택구입자금 주담대 한도를 3억 원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 중이고, 하나은행도 일부 대출 모집인 접수를 중단하는 등 시중은행들도 자체 총량 관리에 나선 상황이다.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 여부도 쟁점이 됐다. 건설업계 측은 이주비가 결국 조합원 분담금과 일반 분양가에 반영되는 사업비 성격인 만큼 가계대출 범주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주비 대출에는 주택담보대출과 동일하게 LTV 40%가 적용되고 있다. 반면 재개발·재건축 구역 실거주 조합원이 전체의 20∼30%에 불과한 점을 들어 규제 완화가 부적절하다는 반박도 제기됐다.

청년층 지원 정책을 둘러싼 논의에서는 정책 사각지대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소득이나 자산 기준 때문에 정작 도움이 필요한 청년들이 정책대출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현실, 결혼 후 맞벌이 소득 합산 방식으로 인해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이른바 '결혼 페널티' 문제가 지적됐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청년과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대출 프로그램의 소득·자산 기준 가운데 합리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지속적으로 개선·보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부동산 문제는 실타래처럼 많이 얽혀 있으며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는 문제"라며 "오늘 나온 의견들을 잘 정리해 23일 대토론회에서 더 깊이 있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달 안에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를 추진하고 있으며, 23일 대토론회가 그 최종 의견 수렴 자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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