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년 반 넘게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전세 대신 매수를 택하는 실수요자가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9일 발표한 7월 첫째 주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전주보다 0.31% 상승해 74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성동구와 노원구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졌으며, 전세수급지수는 과거 수급 불균형이 심했던 2021년 3월 수준에 근접했다.
전세난이 매수 심리를 자극하면서 30대의 서울 아파트 시장 내 존재감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커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30대는 서울 아파트 1만4103가구를 매수해 전체 거래의 40.9%를 차지했다. 2019년 집계 시작 이래 건수와 비중 모두 최고치로, 코로나19 '영끌' 절정기였던 2020~2021년 수치도 넘어섰다. 4월에는 비중이 45.9%까지 치솟아 이전 최고였던 2021년 1월(40.2%)을 경신했다. 같은 기간 40대 매수 비중은 26% 안팎으로 전년(33.3%)보다 오히려 줄어, 세대 간 역전이 뚜렷하다.
30대 매수세가 이처럼 급팽창한 배경에는 전세 매물 감소와 가격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세 매물이 줄고 전셋값이 오르자 전세 재계약 대신 아예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식 투자와 성과급 등으로 자본 체력을 키운 30대의 구매력이 대출 규제보다 더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동북권을 중심으로 전세 매물이 예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곳이 많아, 전세를 구하느니 차라리 집을 사겠다는 상담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수요는 서울 아파트에만 머물지 않는다. 올해 1~5월 서울 비아파트(연립·다세대) 매매는 총 2만249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5% 급증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거래 증가율(5.7%)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2022년 전세 사기 여파로 기피 대상이 됐던 비아파트 시장이 4~5월 연속으로 월별 거래 5000건대를 회복한 것도 30대가 주도했다. 30대의 서울 비아파트 매수 비중은 24.6%로 전년보다 6%포인트 높아졌고, 20대를 포함한 2030세대 전체 비중은 30%를 넘어섰다. 30대의 경기도 아파트 매수 건수도 2만7351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52.9% 늘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시세보다 싼 급매물도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부동산 데이터 플랫폼 콕집이 네이버부동산 매물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결합해 분석한 결과, 지난달 8일부터 이달 8일까지 한 달간 서울 아파트 급매물은 906건에서 796건으로 12.1% 줄었다. 급매물은 동일 단지·동일 평형의 최근 180일 실거래 중위값보다 5% 이상 낮은 매물로 정의한다. 같은 기간 시세 대비 10% 이상 싼 매물은 133건에서 101건으로 감소율이 24.1%에 달해 일반 급매물보다 소진 속도가 빨랐다. 대출 규제와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청년층 중 서울 아파트를 시세대로 살 수 있는 매수자는 드물고, 자금 여력이 부족한 이들이 급매물에 집중적으로 몰리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전세난이 이어지는 동안 동북권과 비규제지역 집값이 추가 상승할 수 있지만, 이후 조정 국면에서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무주택자일수록 상환 여력을 따져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취급 여력 축소 가능성도 거론되면서 실수요자 매수 여력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전세난이 매수 전환을 자극하고 있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대출 가능 여부가 중요한 관문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