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면서 다른 시중은행들도 유사한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6억원 한도로 자금 계획을 세운 수요자들이 한도 축소 전에 대출 신청을 마치려는 이른바 '오픈런' 현상이 대면·비대면 창구에서 잇따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동시에, 그나마 자금 부담이 덜한 소형 평형마저 가격이 크게 오른 상태라는 점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에서 거래된 전용 59㎡ 아파트 1835건 중 963건(52.5%)이 10억원 이상에 거래됐다. 1월 38.7%였던 비중이 넉 달 만에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평균 거래가격도 1월 10억1299만원에서 5월 12억1404만원으로 약 2억원 뛰었다. 전용 84㎡ 국민평형을 포기하고 59㎡로 눈을 낮춘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소형 평형 가격을 끌어올린 결과다.
대출 한도 축소의 체감 충격은 수치로 드러난다.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때 주담대를 6억원까지 받을 수 있으면 자기 자본 4억원으로 매수가 가능하지만, 한도가 3억원으로 줄면 현금 조달 부담은 7억원으로 늘어난다.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대출 규제가 강화될수록 실수요자들이 입지를 낮추거나 평형을 더 줄여 매수하는 방향으로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은행권이 한도 축소에 나선 배경에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 있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이달 1~8일 가계대출 일평균 증가액은 1659억원으로 집계됐다. 1월에 하루 평균 888억원씩 줄어들던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6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7조6000억원 늘어 전월(6조9000억원)과 지난해 같은 달(6조2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컸다. 주택담보대출은 5월 3조2000억원에서 6월 4조300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6월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189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은행들이 금융당국과 약속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예년보다 낮은데, 신용대출과 부동산 대출 수요가 계속 늘면서 연말 목표 초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금부터 관리하지 않으면 연말에 가서 '대출 셧다운'이라는 강수를 둬야 한다"며 "선제적으로 축소해두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소형 아파트 가격 상승은 강남권을 넘어 외곽 지역으로도 번지고 있다. 10억원 이상 거래 비중이 절반을 넘는 자치구가 1월 11곳에서 5월 15곳으로 늘었다. 관악구는 1월 13%에 불과하던 비중이 5월 58.5%로 치솟았고, 동대문구도 30.3%에서 57.1%로 뛰었다. 관악구 봉천동 한 단지 59㎡는 연초 9억2500만원에서 최근 12억원을 넘겼고, 송파구 거여동 한 단지는 같은 기간 10억3000만원에서 13억2000만원으로 약 3억원 올랐다.
강남권과 핵심 입지에서는 소형 아파트의 15억원 이상 거래가 일반화됐다. 지난 5월 전용 59㎡ 거래 중 15억원 이상 비중은 서초구 96.8%, 강남구 93.5%, 용산구 80%, 성동구 78.2%에 달했다. 15억원을 넘기면 주담대 한도가 6억원에서 4억원으로 줄어드는 구간이 적용된다. 집값이 오를수록 빌릴 수 있는 돈은 줄어드는 구조다. 영등포구 한 단지 59㎡는 연초 14억원대에서 6억원 대출이 가능했지만, 시세가 15억원을 넘어서면서 한도가 4억원으로 줄었고 현재 호가는 16억원대를 웃돈다.
금융당국도 추가 규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신진창 사무처장 주재로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이달 말 가계대출 관련 추가 대책이 나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투기적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 제한, 전세대출 보증비율 축소 방안 등이 거론된다. 신 사무처장은 과도한 기업 사내대출이 주택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며 1순위 근저당권 설정, 원리금 분할상환, 다주택자 취급 제한, 고가주택 제한 등 자율 관리 확산을 촉구했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평형을 낮추고 지역을 양보해도 내 집 마련의 문턱은 더 높아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