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다 더 뛴 월세…서울 임차인, 전·월세 동반 급등에 선택지 '실종'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상승세가 전셋값 오름폭을 웃돌며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와 전세 매물 감소가 겹치면서 전세를 포기하고 월세로 이동하는 임차인이 늘어난 결과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비중은 절반을 넘어섰다.

서울 부동산 중개업소 매물 게시판
ⓒ 뉴시스

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보증부 월세의 평균 월세는 164만1000원으로 2년 전(132만원)보다 32만1000원 올랐다. 상승률은 24.3%로 같은 기간 전셋값 상승률 14.9%를 10%포인트 가까이 웃돌았다. 보증금은 오히려 49만2000원 소폭 낮아진 1억9565만2000원으로, 보증금 부담을 줄이는 대신 월 임대료를 높이는 방식의 계약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월세 급등은 강남권과 한강변 주요 지역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송파구 평균 월세는 2년 사이 56.2% 뛰었고, 서초구는 37.5%, 영등포구 35.5%, 강동구 34.1%, 용산구 28.9% 순으로 상승했다. 성동구(27.4%), 광진구(26.5%), 동작구(28.4%) 등 한강 인접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송파구의 경우 중위 월 임대료는 2년 새 69.2%나 올랐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전세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있다. 전세대출 심사가 강화되면서 목돈 마련이 어려워진 임차인이 월세나 반전세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올해 1분기 서울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은 70.5%로 1년 전보다 6.2%포인트 증가했으며, 아파트 월세 비중도 52%를 넘어섰다. 고액 월세 계약(월 1000만원 이상)도 1년 새 47% 늘어나는 등 월세 시장의 고급화·양극화도 진행 중이다.

전셋값 자체의 상승세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6억3662만8000원으로 2년 전(5억5394만6000원)보다 8268만2000원, 14.9% 상승했다. 중위 전세가격도 4억8000만원에서 5억6000만원으로 8000만원(16.7%) 뛰었다. 이는 2020년 임대차법 개정 이후 전셋값이 급등했던 2022년 1월 고점(6억3424만3000원)을 238만원가량 웃도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같은 기간 경기(11.4%)와 인천(8.5%)의 전셋값 상승률을 서울이 크게 상회했다.

구별 편차도 뚜렷하다. 송파구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2년 새 1억8402만7000원(24.3%) 올라 지역 내 상승폭이 가장 컸다. 강동구는 20.6%(1억292만7000원), 성북구는 18.7%(8400만5000원), 영등포구는 18.3%(9954만1000원) 상승했다. 서울 평균을 웃도는 이들 지역에서는 계약 만기를 맞은 세입자의 보증금 마련 부담이 한층 더 커진 상황이다.

전세 매물은 급격히 줄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임대차 매물은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3만 건 아래로 내려앉았다. 전세수급지수는 172를 웃돌며 202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통상 150을 넘으면 전세난, 180을 넘으면 전세 대란으로 분류된다. 성북구 일부 대단지에서는 전세·월세 매물을 합쳐 손에 꼽을 만큼 적은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급 측면에서도 불안 요소가 쌓이고 있다. 서울 신규 입주 물량 감소가 예고된 가운데, 갱신권을 소진한 임차인이 시장가로 재계약에 노출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전세 충격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축 단지의 첫 갱신 주기가 돌아오는 2026~2027년이 고비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가을 이사철을 맞아 학군 수요까지 더해지는 상황에서 전세 매물이 추가로 줄어들 경우 월세 수요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신규 입주 물량과 전월세 매물 증가 여부가 향후 서울 임대차 시장의 흐름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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