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매수 여력이 부족한 30대 무주택자들이 재건축·재개발을 기대하고 노후 주택을 사들이는 '몸테크' 수요가 강북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8월 서울의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연초 대비 7.29% 상승해, 같은 기간 신축(준공 5년 이하) 아파트 상승률 4.45%를 2.8%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연령대별 상승률 격차는 뚜렷하다. 준공 15년 초과 20년 이하 아파트는 5.05%, 10년 초과 15년 이하는 4.69% 오른 반면, 준신축(준공 5년 초과 10년 이하)은 4.4% 상승에 그쳤다. 오래될수록 더 많이 오르는 역전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청약 당첨 확률이 낮고 자산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은 2030세대가, 신축을 살 형편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미래 정비사업 가능성을 보고 낡은 주택을 장기투자 수단으로 선택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지역별로는 강북권의 상승세가 강남권을 압도했다. 강북지역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는 103.42로 전월 대비 1.72% 상승한 반면, 강남지역은 101.91로 0.75% 오르는 데 그쳤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노원구·도봉구 일대 재건축 추진 단지로 수요가 집중된 결과다. 동북선(왕십리~상계) 경전철이 2027년 하반기 개통을 목표로 공사 중이고 창동역에는 GTX-C 노선도 예정돼 있어, 교통 호재가 강북 구축 단지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지별 실거래가에서도 상승폭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노원구 재건축 대어로 꼽히는 월계동 미미삼(미륭·미성·삼호3차) 전용 59㎡는 지난달 12억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1년 전 같은 평형이 8억원 중반대에 손바뀜한 것과 비교하면 3억5000만원가량 뛴 것이다. 올해 누적 거래 건수도 155건으로 노원구 내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강북구 번동주공1단지 전용 79.07㎡도 이달 16일 8억5000만원(3층)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 지난해 10월 같은 평형이 7억원(8층)에 매매된 것과 견주면 약 1년 사이에 1억5000만원이 올랐다. 이 단지는 최근 정비계획이 통과되면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노후 빌라 시장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출 규제 이후 아파트에서 밀려난 매수 수요 일부가 빌라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올해 8월 기준 서울의 준공 20년 초과 연립·다세대 매매가격지수는 지난 1월 대비 7.85% 올랐다. 같은 기간 준공 10년 이하 연립·다세대의 상승률 6.55%를 웃돌아, 노후 빌라가 신축 빌라보다 더 가파르게 오른 구도가 형성됐다. 신속통합기획이 확정된 상도16구역의 경우, 전용 46.82㎡ 빌라가 올해 6월 5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2024년 마지막 실거래가인 2억3500만원과 비교하면 2년 새 2배 이상 뛴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임차 수요의 매수 전환 흐름도 구축 가격 상승의 한 축으로 보고 있다. 전월세 가격이 오르고 물건까지 줄어들자, 차라리 집을 사겠다는 쪽으로 돌아선 세입자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이 수요가 신축보다 진입 장벽이 낮은 구축·노후 주택으로 몰리면서 매수 연령대 자체가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신축 아파트 가격의 부담을 느끼는 수요자들이 미래 개발 기대감을 좇아 정비사업 가능성이 있는 주택 매수에 나서고 있으며, 자산이 크지 않고 청약 확률도 낮은 젊은 세대일수록 실입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장기 투자 관점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