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다주택자들이 막판 매도 여부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섰다. 토지거래허가지역에서는 중과를 피하기 위한 사실상의 '골든타임'이 4월 중순으로 좁혀지면서, 시장에서는 막판 급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는 오는 5월 9일 종료된다. 중과 없이 집을 넘기려는 다주택자는 이 날까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수령해야 한다. 문제는 토지거래허가 절차에 통상 2~3주가 소요된다는 점이다. 이를 역산하면 늦어도 4월 중순 이전에는 지자체에 허가 신청서를 접수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4월 초 매도 결단…강남권 토지거래허가 신청 급증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공식화한 이후 처분을 택하는 다주택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새올전자민원창구에 따르면 서울 내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는 지난 2월 5185건에서 3월 26일 기준 7193건으로 크게 급증했다. 3월이 채 끝나지 않은 시점임에도 이미 전월 수치를 훌쩍 웃돌았다.
자치구별로 보면 강남권 중심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강남구는 135건에서 308건으로 두 배 이상 불어났고, 송파구(253건→479건)와 서초구(124건→226건) 등 주요 지역에서도 허가 신청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성동구와 광진구 등 한강벨트 지역을 포함한 상급지 중심의 거래 움직임도 뚜렷하게 포착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아직 매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 다주택자가 상당수 잠재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 이후 보유세 인상 규모를 확인한 다주택자의 매물이 4월 초부터 추가로 시장에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세 부담이 현실로 다가온 상황에서 일부 다주택자가 가격을 낮추더라도 중과 유예 종료 전 거래를 서두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압구정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고령층 매물이 더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단지의 동과 층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급매물 문의를 해오는 고객도 있다"고 전했다.
"세금 압박 거세…매물 잠김 현상 단기에 그칠 것"
일부에서는 막판 매물 소화 이후 매도자들이 다시 버티기에 돌입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전세의 월세화로 임대료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이 여전한 데다, 현금 여력이 충분한 다주택자는 자산 상승 기대를 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상담한 다주택 고객 중 일부는 현금 여력이 충분해 버티기를 선택했다"며 "과거 부동산 투자로 자산을 쌓은 경험이 있는 경우 상승 기대를 유지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매물 잠김 현상이 장기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서울 아파트 매물은 약 8만 건으로 연초의 약 5만 건과 비교해 3만 건 가까이 늘었다. 여기에 7월 예정된 세제 개편과 임대사업자 대출 규제의 영향까지 더해지면 올해 안에 약 1만 가구 수준의 추가 매물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대출 의존도가 높은 다주택자는 금리 환경 변화에 따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매물 잠김 현상은 세제 개편 등 정책 변수에 따라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