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고정금리가 3년 5개월 만에 연 7%를 넘어서면서 기존 대출자는 물론 새로 대출을 준비하는 예비 차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적극적인 부채 재구조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27일 기준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410~7.010%로 집계됐다.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 상단이 7%를 웃돈 것은 2022년 10월 이후 3년 5개월 만의 일이다. 지난해 12월 말(연 3.93~6.23%)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상단은 0.78%포인트(p), 하단은 0.48%p 가량 오른 수치다.
이 같은 급등의 배경에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촉발된 지정학적 불안이 자리한다. 중동 사태 이후 국제유가가 치솟고 인플레이션 압박이 거세지면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크게 약화됐다. 고정금리의 핵심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해 말 3.499%에서 현재 4.119%로 0.67%p나 뛰었다. 미국의 이란 공격이 본격화된 2월 말과 비교해도 한 달 새 은행채 5년물 금리는 0.547%p 상승했고, 이에 연동된 주담대 고정금리도 0.31%p 올랐다.
금융 시장에서는 당분간 금리 하락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물가 경로가 재차 흔들리며 글로벌 통화정책이 '고금리 유지' 기조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기조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오르며 대출 여건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2020~2021년 초저금리 시기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주택을 매입한 차주들의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당시 연 2~3%대 혼합형 주담대를 받은 이들 중 5년이 지나 금리가 재산정되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예를 들어 연 2.3%로 30년 만기 5억 원을 빌렸던 차주라면 월 상환액이 약 192만 원이었지만, 금리 재산정 시 연 6.2%가 적용될 경우 약 306만 원으로 월 114만 원가량 늘어나게 된다.
이에 금융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부채 구조를 적극적으로 재편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대출 보유자라면 금리인하 요구권을 적극 행사하고, 대출 실행 후 3년이 지난 경우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규정을 활용해 이자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부채 재구조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리 유형 선택과 관련해서도 명확한 기준이 제시됐다. 정 부센터장은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거나 소득 대비 레버리지(차입)가 많은 경우에는 금리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고정금리가 더 안정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대출 규모가 크지 않고 조기 상환 가능성이 높다면, 초기 이자 부담이 적은 변동금리를 활용하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
그는 또 "금리가 오르는 구간에서는 이자 비용이 확실하게 증가하는 만큼, 불필요한 레버리지를 줄이고 고금리 대출부터 먼저 상환하는 것이 사실상 가장 확실한 수익률 확보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부채 재구조화 과정과 병행해 고금리 파킹통장이나 중장기 예금 등으로 금리 상승의 혜택을 확보하는 동시에, 자산 일부는 금·은 헤지(위험분산)나 미국 달러 등 외화 자산으로 분산 보유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영끌족의 매물이 시장에 출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대출을 서두르거나 섣불리 추가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우선 보유 부채부터 점검하고 구조를 탄탄히 하는 것이 현 시점의 최선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