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9세 '젊은 암' 급증의 경고…청소년기가 암 예방의 결정적 시기

암은 이제 더 이상 중장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14세에서 49세 사이 젊은 연령층에서 각종 암 발생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청소년기의 생활 습관이 훗날 암 발병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라고 경고한다. 특히 청소년기는 세포와 신체 전반이 급격히 발달하는 시기인 만큼, 이 시기의 생활 환경과 식습관이 성인기 암 위험도를 크게 좌우한다는 점에서 '암 예방의 골든타임'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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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층 암 증가에 대비해 생활 습관 개선과 선제적 건강관리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제공)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새로 진단된 암환자는 28만 8천613명으로, 1999년 처음 통계가 집계된 이후 약 2.8배 증가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10대부터 30대까지는 갑상선암이, 40대 남성과 50대 이하 남성에서도 갑상선암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종으로 꼽혔다. 여성의 경우 44세까지는 갑상선암이, 45세 이후부터는 유방암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암은 여전히 고령층에서 더 흔하지만, 젊은 층에서의 증가세는 고령층을 훨씬 웃도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2024년 기준 20~30대 갑상선암 환자는 6만 1천241명으로 2020년 대비 14.0% 늘었다. 같은 기간 20~30대 대장암 환자 수는 6천599명으로, 5년 사이 81.6%나 급증했다. 특히 20대 남성의 대장암 발병률은 2020년에 비해 무려 114.5% 뛰었고, 20대 여성도 92.6% 증가했다. 30대 역시 남녀 각각 84%, 70%대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해 젊은 세대의 암 발생이 전반적으로 빨라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를 두고 단순한 검진 기술 향상에 따른 결과로만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고열량·고지방 위주의 서구화된 식단, 정제 탄수화물과 가공육 섭취 증가, 신체 활동 감소, 비만율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023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19~29세의 비만율은 2014년 23.9%에서 2023년 33.6%로 약 10%포인트 상승했고, 30~39세 역시 31.8%에서 39.8%로 뛰어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가파른 증가 폭을 보였다.

특히 주목할 것은 청소년기 생활 습관이 성인이 된 후의 암 발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의학계에서는 세포가 빠르게 분열하고 호르몬 변화가 극적으로 일어나는 청소년기를 '발암 위험 노출의 취약 창(window of susceptibility)'으로 규정한다. 이 시기에 흡연, 음주, 비만, 운동 부족, 초가공식품 과다 섭취 등 위험 요인에 노출될 경우, 세포 수준의 변화가 수십 년에 걸쳐 축적돼 40~50대 이전에 암으로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이 발표한 국내 대규모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20~30대 287만여 명을 최장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지방간질환을 가진 젊은 층은 그렇지 않은 동년배에 비해 50세 이전 암 발병 위험이 약 2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암종별로는 대장암의 상대위험도가 최대 1.32배, 신장암은 1.53배, 갑상선암은 1.36배에 달했다. 지방간질환이 단순한 간 문제를 넘어 전신 암 위험의 조기 신호임이 확인된 셈이다.

한국건강관리협회 백창기 경기 건강검진센터 원장은 "젊은 연령층은 스스로 건강하다고 여겨 암 초기 증상을 단순 피로나 소화 불량으로 넘기는 경우가 많다"며 "발병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만큼 정기 검진을 통해 질병을 조기에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행 국가 암 검진 체계상 대장암 검진은 50세 이상부터 권고되고 있어, 20·30대는 사실상 검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암 예방을 위한 실천 지침으로 채소와 통곡물 중심의 식단 유지, 가공육과 정제 탄수화물 섭취 감소,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을 통한 적정 체중 유지, 절주·금연을 꼽는다. 가족력이 있거나 배변 습관의 원인 불명 변화, 급격한 체중 감소가 지속되는 경우에는 국가 검진 권고 연령 이전이라도 적극적으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적으로도 50세 미만 조기 발병 암의 증가는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 사이 50세 미만 성인에서 14가지 암 유형의 발병률이 지속적으로 늘었다. 연구자들은 1990년대생 이후 코호트(동일 집단)에서 이전 세대보다 높은 암 발병률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어린 시절부터의 환경 노출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문준호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50세 이전 발생하는 암은 진행이 빠르고 공격성이 강해 조기 진단 여부에 따라 예후가 극명하게 달라질 수 있다"며 "젊은층에서 진단율을 높이고 암 발병 모니터링까지 이어지는 통합적 검진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젊으니까 괜찮다'는 안이한 생각이 가장 위험한 암 위험 인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지금 이 세대를 향해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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