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추가 대출 규제가 주택 매매·전세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미 다주택 레버리지 투자는 상당 부분 차단된 상황에서, 비거주 1주택자와 전세·정책대출까지 규제망에 포함될 경우 수도권 핵심지를 중심으로 한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수도권·규제지역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 공적보증을 사실상 차단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1주택자는 HUG·HF·SGI서울보증 등을 통해 수도권 전세대출을 최대 2억 원 안팎까지 이용할 수 있다. 이 보증이 막히면 보유 주택과 전세 레버리지를 결합한 구조는 사실상 봉쇄된다.
시장에서는 전세보증이 차단될 경우 비거주 1주택자들이 세입자의 전세자금에 기대 집을 유지하던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돼, 보유 주택을 매도하거나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규제지역 아파트 매물이 단기간에 늘어나면서 급매와 가격 조정을 부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장기적으로는 실거주 수요 중심의 '한 채 압축' 흐름이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
전세·정책대출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편입도 주요 변수다. 금융당국은 무주택자라도 고액 전세대출을 받으면 이자 상환액을 DSR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억 원 이하 소액대출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경우 전세 수요 일부가 월세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전세가격이 1% 오르면 매매가격은 0.6%가량 상승하는 상관관계가 있다. 전세 레버리지를 억제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매매가격 상승 압력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세입자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전세 거래가 줄어들 수 있고, 전세의 월세화가 빨라지면 서민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RWA) 상향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신규 주택담보대출 RWA 하한은 이미 15%에서 20%로 올랐으며, 25%까지 추가 상향될 경우 은행은 같은 금액을 빌려주더라도 더 많은 자본을 쌓아야 한다. 자연히 가계대출 문턱은 높아진다.
실수요자의 대출 여력이 줄어들면 매수세는 더욱 선별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입지와 학군, 생활 인프라가 검증된 소수 지역으로 수요가 압축될 가능성이 크고, 주택시장 안팎에서는 이런 흐름이 초양극화 국면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번 규제 논의는 이미 진행 중인 디레버리징 흐름을 한 단계 더 밀어붙이는 신호로 해석된다. 전세·정책대출까지 규제가 확대될수록 실수요자의 거주 안정성을 해치지 않도록 보완 장치를 촘촘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금융권과 부동산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