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5개 자치구 중 강남만 하락, 그 외 서울ㆍ수도권 무주택 서민 매수에 꾸준한 상승 이어져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오는 5월 9일로 마무리된다. 정부는 추가 연장 없이 예정대로 종료하되, 매매계약 체결 없이도 해당일까지 토지거래허가 신청만 완료하면 중과를 피할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했다. 사실상 다주택자에게 약 3주의 추가 시간을 준 셈이다. 매물을 최대한 끌어내 집값 상승세를 억제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담긴 조치로 풀이된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강남만 하락, 그 외 서울ㆍ수도권 무주택 서민 매수에 꾸준한 상승 이어져
(출처 : KBS)

그렇다면 이 같은 정책이 실제 집값 안정으로 이어지고 있을까. 시장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정부의 기대와 다소 다른 현실이 드러난다.

매물은 강남에, 거래는 노원·성북에

3월 이후 서울에서 아파트 매물이 가장 빠르게 늘어난 곳은 서초구다. 강동·성동·송파·강남구가 그 뒤를 이었다. 4월 10일 기준 서울 전체 매물 7만 6,519건 가운데 강남·서초·송파·강동 4개 구에 쌓인 물량만 3만 건을 넘긴다. 서울 전체의 40%에 달하는 매물이 이들 지역에 집중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강북·중랑·구로·강서·성북·노원·은평 등 7개 구는 오히려 매물이 줄었다. 그리고 실제 거래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진 곳은 바로 이들 지역이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3월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4월 10일 기준)은 모두 4,848건으로, 노원구(670건)가 가장 많았다. 강서·성북·구로·은평구가 뒤를 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매물이 줄어든 지역들이다. 반면 매물이 쌓이는 강남·서초·송파·성동은 상대적으로 거래량이 적었다.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 우병탁 전문위원은 "강남은 매도인은 가격을 낮췄다고 생각하지만 매수인은 여전히 비싸다고 느끼며 추가 하락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서울 중저가 지역은 대출 규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매수세가 몰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북 4개월 만에 작년 연간 상승률 돌파…경기는 더 가파르다

가격 흐름도 지역별로 엇갈린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첫째 주부터 4월 첫째 주까지 서울에서 누적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은 성북구(3.81%)다. 지난해 1년 내내 3.62% 오른 것을 불과 4개월 만에 넘어선 것이다. 관악·강서·영등포·구로·서대문도 모두 누적 3%를 웃돌았다.

반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강남구만이 유일하게 하락했다. 송파·서초도 1% 남짓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강남·한강벨트가 시장 상승세를 주도하던 것과 정반대 양상이다.

수도권으로 시야를 넓히면 서울보다 상승 폭이 더 큰 곳도 많다. 경기에서 가장 많이 오른 용인 수지의 누적 상승률은 6.70%에 달한다. 안양 동안·구리·광명·성남 분당·하남 등도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다.

우 위원은 "정부 입장에서는 초고가 강남이 내려가면 다른 지역도 따라서 하락하리라 기대했겠지만, 오히려 외곽 지역이 강세를 보이는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강남 집값을 일정 수준 낮춘 점은 평가받을 만하지만, 서울·수도권 전체 가격을 잡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세도 월세도 씨가 말랐다…남은 선택지는 '매수' 뿐

임대차 시장 상황은 더 심각하다. 4월 10일 기준 서울의 전·월세 매물을 합치면 3만 361건으로, 한 달여 만에 15%가량 줄었다. 경기 역시 같은 기간 10% 넘게 감소해 2만 2,486건에 그쳤다. 매매 매물이 늘어나는 것과 달리 임대차 매물은 사실상 '절벽' 수준이다.

전세 매물은 수년 전부터 줄고 있었다. 전세사기 여파로 임차인들은 월세를 선호하게 됐고, 보유세 부담 등으로 임대인도 월세 수입을 원하는 흐름이 맞물려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됐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그 월세마저 감소세로 돌아섰다.

전세와 월세가 동시에 급감하는 상황에서 무주택 서민에게 남은 선택지는 '매수' 하나뿐이다. 강남 집값이 내려갔다는 뉴스는 수십억 원의 가격표가 달린 얘기라 대다수 서민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서울 중저가 지역이나 경기 지역 아파트를 향해 실수요자들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혼 준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 "집값이 떨어졌다는데 신혼집 알아보러 다녀보면 대체 뭐가 떨어진 건지 모르겠다", "집값이 무섭게 오른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시장 통계와 서민이 체감하는 현실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61주 연속 상승…'강남 집값'만 보는 정책의 한계

지난 9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이번 주 0.10% 올라 61주 연속 상승을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59주)를 넘어 역대 2위 연속 상승 기록이다. 역대 최장은 문재인 정부 후기인 2020년 6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이어진 85주 연속 상승이다.

정부의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 이후 서울 집값 상승세는 한동안 뚜렷하게 꺾이는 듯 보였다. 강남 3구가 7주 연속 하락하는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중저가 지역의 강세로 3월 말부터 다시 혼조세가 이어지고 있다.

우 위원은 "집값 전반이 안정되려면 서민 실수요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의 주택도 함께 안정돼야 한다"며 "이들 지역 가격을 추가로 잡기 위한 후속 정책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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