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리 인상 초읽기…인상 횟수 놓고 '1회 vs 2회'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한 고유가·고물가 압력과 반도체 수출 호조가 맞물리면서 채권시장의 화두가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동결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를 놓고 갑론을박하던 시장의 시선은 어느새 연내 금리 인상 횟수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한국은행 금리 인상 초읽기…인상 횟수 놓고 '1회 vs 2회'
(출처 : 뉴스1)

13일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7.6bp(1bp=0.01%포인트) 급등한 3.674%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23년 11월 24일 이후 약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과 이란 간의 긴장 재고조에 더해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지며 장기물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았다.

10년물 금리 역시 10.6bp 급등한 4.056%를 기록하며 4%대를 돌파했다. 이 역시 2023년 11월 이후 약 2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올해 초만 해도 3% 아래에 머물던 국고채 3년물 금리가 현 기준금리(2.50%) 대비 110bp 이상까지 벌어졌다는 것은, 시장이 올해 최소 한 차례 이상의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1분기 성장률 서프라이즈와 중동발 물가 압력이 맞물린 가운데 한국은행마저 정책 전환 신호를 내보내면서 시장의 시각은 '동결 장기화'에서 '연내 인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지난 4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하 사이클을 마무리하고 인상 사이클로의 전환을 검토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신임 총재 취임 직후 집행부에서 나온 발언인 만큼 총재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

반도체 호조·고유가·기대인플레…인상 압박 3중고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논리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은 성장률 상향,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고유가·고물가 구조, 그리고 고개를 드는 기대인플레이션이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시장 예상을 웃도는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미국 빅테크들의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이 7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AI 슈퍼사이클이 2025년에서 2026년으로 연장되면서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강하게 뒷받침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요 기관들의 올해 한국 성장률 컨센서스는 2.5% 내외로 높아졌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은 본래 성장률을 낮추고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이벤트"라며 "그런데 현재 한국은 인플레이션이 유가 상승의 여파로 기계적으로 높아지는 동시에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성장률 전망까지 상향되는 특이한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물가 압력도 현실화되고 있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6%를 기록했다. 전체 물가의 절반 이상은 석유류 급등이 주도하고 있지만, 개인서비스와 집세 등 수요 측 물가도 조금씩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가계 기대인플레이션은 4월 기준 2.9%로 2024년 8월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의 2차 파급 효과를 확신하기는 아직 이른 시점이지만, 향후 추가 상승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1회 vs 2회' 인상 횟수 놓고 시장 시각 엇갈려

채권시장에서 올해 한국은행의 방향 전환 자체는 대세론이 됐지만, 인상 횟수를 놓고는 전망이 갈리고 있다.

1회 인상론의 핵심 근거는 과잉 긴축 우려다. 수출과 내수 간의 성장 양극화가 여전한 데다, GDP 갭(실제 성장률과 잠재 성장률의 격차)이 마이너스 구간에 머물고 있고, 내년에는 유가의 역기저 효과로 물가 압력이 자연스럽게 완화될 것이라는 논리다. 강승원 연구원은 3분기 한 차례 보험용 인상 후 연말까지 효과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2회 인상론 진영에서는 한국은행이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고 본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확실해진 물가 상승, 기대인플레이션 확대, 준수한 성장 모멘텀에 양호한 금융환경과 세수 호조까지 더해보면 기준금리 인상을 망설여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분석했다. 인상 시점을 4분기(11월)로 제시한 박준우 연구원은 내수 회복이 아직 초입 단계라는 점에서 긴축이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속도 조절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모든 논의의 분수령은 오는 28일 열리는 5월 금융통화위원회다. 지난 2월 금통위에서 처음 공개된 점도표는 동결 17표, 인하 4표, 인상 1표로 여전히 완화적 분포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점도표에서 인상 전망 표결이 절반을 넘어설 경우 7월 인상이 현실화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8월 수정경제전망 이후로 인상 시점이 밀릴 것으로 보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정책 전환 신호가 공식화된 만큼 3분기 인상은 기정사실에 가깝다"며 "최종 기준금리가 2.75%에 그칠 가능성은 작아졌고, 내년 상반기 3.25%까지 오를 리스크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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