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주 1주택 매물 풀어낸 정부, 다음 카드는 '보유세 압박'?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비거주 1주택자의 실거주 의무 유예를 허용하는 동시에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양도세 특례 손질까지 검토하며 시장 매물 유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양도세 규제만으로는 매물 출회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가 이르면 하반기 중 보유세 강화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이탁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 유예 확대 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뉴스핌

국토교통부는 13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임대 중인 주택 거래 시 임대차계약 종료일까지 매수자의 입주를 유예하는 대상을 비거주 1주택자를 포함한 세입자 있는 주택 전체로 확대했다. 기존에는 다주택자가 매도하는 주택에 한정됐던 실거주 유예 혜택이 이번 조치로 비거주 1주택자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다.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을 취득할 경우 허가일로부터 4개월 이내 입주해 최소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는 의무는 유지된다. 다만 올해 12월 31일까지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면, 임대차 계약이 끝나는 날까지 매수자의 입주가 유예되며 늦어도 2028년 5월 11일까지는 실거주를 시작해야 한다.

정부는 매도자 간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시장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 이후 우려됐던 매물 잠김 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6만 3985건으로, 한 달 전 7만 6093건과 비교해 16%가량 줄어 7만 건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조정대상지역 내 등록임대사업자에게 적용돼 온 양도세 중과 배제 특례 축소도 검토 중이다. 특례가 줄어들면 등록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주택에도 다주택자와 동일하게 양도세 중과가 적용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다주택인 아파트 4만 2500가구가 양도차익을 누리며 무기한 버티지 않고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 집값 안정 효과가 미지수라고 보긴 어렵다"고 언급한 바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제 정부의 다음 수순이 보유세 강화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도세 규제는 집을 팔지 않으면 페널티를 주는 구조이지만, 장기 보유에 따른 실질 부담을 높이려면 보유세를 올리는 것이 더 직접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수단은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이다.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해 속도가 빠르고,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이 비율을 80%에서 95%까지 단계적으로 올린 전례가 있다. 서울 한남더힐 전용 235㎡의 경우 올해 공시가격 기준 보유세는 약 7633만 원이지만, 공정시장가액비율이 80%로 상향되면 약 8732만 원으로 1099만 원(14.4%)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 구간 세분화,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까지 현실화할 경우 다주택자와 고가 1주택자의 세 부담은 한층 커질 수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조정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건강보험료와 각종 부담금 산정 기준에 연동된다는 점에서 실제 추진 가능성에 신중론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부담까지 강화될 경우 그간 시장에 묶여 있던 매물이 빠르게 풀릴 수 있다고 본다. 양지영 전문위원은 "비거주 1주택자를 포함한 세입자 있는 주택 전체에 실거주 의무 유예를 적용한 것은 정부가 시장 매물 유도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조치"라며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보유세 등 세제 개편이 추가되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면 매물 출회는 더욱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전월세 시장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거주 의무가 유지되는 이상 거래가 이뤄지면 사실상 해당 물량이 임대 시장에서 사라지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국토부 이유리 주택정책과장은 "무주택자가 집을 사면 그만큼 전월세 수요도 줄어드는 상쇄 효과가 있어 총량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윤수민 NH농협은행 전문위원은 "경기도 등 외곽에서 서울 진입을 원하는 잠재 수요가 꾸준하다"며 "한 명이 집을 샀다고 서울 전세 수요가 줄었다고 보기 어렵고, 단순 수요 이동만으로 전월세 시장 안정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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