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수급지수가 2020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임차 시장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 유예 대상을 세입자가 있는 주택 전체로 확대하면서, 앞으로 2년 사이 상당수 세입자가 동시다발적으로 새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3일 KB부동산 월간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첫째 주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80.3을 기록했다. 이는 2020년 11월(192.3) 이후 최고치다. 전세수급지수는 공인중개사 설문을 통해 '공급 부족' 응답 비율에서 '공급 충분' 응답 비율을 뺀 뒤 100을 더해 산출하며, 100을 초과하면 전세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2023년 1월 45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빠르게 반등해 2020년 고점에 근접했으며, 5월 수치는 190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현장의 전세 품귀 현상은 지수보다 더 심각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전셋집 하나를 보기 위해 여러 팀이 줄을 서는 경우가 일상화됐고, 대기 기간만 수개월에 달하는 단지도 생겨나고 있다. 기존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신규 전세 물량이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12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 불거진 '매물 잠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 유예 대상을 기존 다주택자 보유 주택에서 비거주 1주택자를 포함한 세입자 있는 주택 전체로 넓혔다. 집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던 집주인들에게는 숨통이 트이는 조치이지만, 그 집에서 계속 살고자 했던 세입자들은 계약 종료 후 강제로 이사를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향후 2년 동안 순차적으로 전셋집을 잃는 세입자들이 시장에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권의 경우 문제가 더 복잡하다. 2020년대 분양한 대단지 신축 아파트 중 상당수는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른 구조여서, 소유자들이 매도를 택할 경우 동일 단지 내 세입자들이 한꺼번에 집을 비워야 하는 집단 퇴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전세난을 악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세 낀 매물을 매수할 수 있는 대상을 무주택자로 한정했기 때문에, 기존에 전월세에 살던 무주택자가 해당 주택을 사들이면 임대 공급이 줄어드는 만큼 임차 수요도 함께 줄어 전월세 시장의 총량적 균형에는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논리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세입자가 전세 계약이 끝나는 즉시 해당 집을 매수하는 사례는 드물고, 대부분은 주변 전세 매물을 다시 찾아 나서기 때문에 수요가 실질적으로 줄어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에서 매년 결혼과 독립 등으로 새롭게 발생하는 임차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데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아파트 전세 선호도가 높아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택 시장을 실거주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향 자체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임대차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공급 대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기적으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입임대주택 등을 통해 전월세 물량을 빠르게 확보하는 방안이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다만 공공임대주택은 공급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민간임대에 비해 선호도가 낮다는 구조적 한계도 있다. 정부도 신축매입임대 등의 단기 공급대책을 추진 중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공급 시차 문제는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 시장에 예고된 파고가 현실화하기 전에, 임차인 보호를 위한 보다 실질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