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비강남권 일부 아파트가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기준선인 15억 원을 넘어 신고가 거래를 잇따라 이어가고 있다. 15억 원은 주담대 최대 한도가 6억 원에서 4억 원으로 줄어드는 분기점이자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심리적 가격 저항선으로 통하는 금액이다. 대출 부담이 커짐에도 불구하고 신축·역세권·대단지 등 선호 입지에서는 이 선을 뛰어넘는 거래가 꾸준히 신고되고 있다.
2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클라시아 전용 59㎡는 지난 2월 15억 3000만 원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올해 해당 면적의 실거래 신고는 총 21건으로, 이 중 15억 원 이하 거래가 17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15억 원을 초과한 거래도 4건 확인됐다.
매매가 15억 원은 매수자에게 자금 조달의 핵심 기준선이다. 지난해 10월 정부 규제에 따라 15억 원 이하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최대 6억 원으로 묶였다. 반면 15억~25억 원 이하 구간에서는 4억 원, 25억 원을 초과하면 2억 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15억 원은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뚜렷한 심리적 장벽으로 기능하고 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전체 매매 건수(2만 8741건) 중 15억 원 이하 거래 비중은 80.1%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비율이 74%였던 것과 비교하면 6%포인트(p) 높아진 수치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15억 원 이하 매물을 찾는 수요가 오히려 가격을 규제선 위로 끌어올리는 역설적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자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신축·대단지·역세권 등 선호 단지를 선점하려는 수요가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서힐스테이트 전용 84㎡는 올해 실거래 신고 17건 가운데 15억 원을 초과한 거래가 3건에 불과했지만, 이달 들어 대출 규제선을 훌쩍 뛰어넘은 16억 3000만 원에 최고가를 새로 썼다. 서대문구 DMC래미안e편한세상 전용 84㎡도 마찬가지다. 올해 실거래 신고 24건 중 15억 원 초과 거래가 13건이었고, 지난 3월에는 15억 7000만 원의 최고가가 등장했다.
서대문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15억 원은 매수자들이 대출 한도 때문에 가장 예민하게 바라보는 가격선"이라며 "대출 한도 축소보다 원하는 단지를 먼저 잡으려는 수요가 일부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대출 규제선이 가격 상단을 완전히 억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직주근접성이 뛰어나거나 대단지 선호도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실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포구의 지난달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15억 4755만 원으로 전월(13억 1137만 원)보다 약 1억 4000만 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권 진입이 어려운 수요가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으로 이동한 영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전세 가격 부담과 매물 부족 등이 맞물리면서 자가 이전을 선택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서울 외곽 지역에서도 15억 원에 가격을 맞추려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