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한 고유가 여파가 국내 자동차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 4월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140% 가까이 폭증하며, 그간 친환경차 시장을 이끌어온 하이브리드차를 바짝 추격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일 발표한 '2026년 4월 자동차 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15만1천693대로 집계되며 전년 동월 대비 0.7% 소폭 증가했다.
전체 시장의 외형적 안정과 달리, 친환경차 시장 내부에서는 큰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전기차 판매량은 3만8천927대를 기록하며 증가율이 139.7%에 달했다. 반면 그동안 친환경차 시장을 선도해온 하이브리드차는 5만872대에 그치며 오히려 1.9% 줄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동 전쟁으로 고유가 상황이 지속된 데다 자동차 요일제 시행 등이 맞물리면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가 부담을 줄이려는 소비자들이 연료비가 저렴한 전기차로 빠르게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전기차 열풍 속에서 수입 브랜드들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테슬라는 지난달 1만3천190대를 판매하며 기아, 현대에 이어 국내 전체 브랜드 판매 순위 3위에 올랐다.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는 8위로 뛰어올랐다. BYD는 지난해 4월 판매 대수가 543대에 불과했으나, 불과 1년 만에 1천664대로 대폭 확대됐다.
모델별 내수 판매 순위에서는 쏘렌토가 1만2천78대로 정상을 차지했으며, 테슬라 모델Y(9천328대), 그랜저(6천622대), 쏘나타(5천754대), 아반떼(5천475대) 순으로 뒤를 이었다. 수입 전기차 모델Y가 2위에 오른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편 대외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은 수출 전선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와 중동 전쟁 등의 여파로 4월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5.5% 감소한 61억7천만달러에 그쳤다. 수출 물량 기준으로도 24만4천990대로 0.8% 줄었다.
지역별로는 수입 자동차에 15% 관세가 부과 중인 미국 시장이 27억4천만달러로 5.3% 감소했으며, 유럽연합(EU)도 8억3천만달러로 13.1% 줄었다. 아시아와 중동도 각각 31.7%, 38.7% 큰 폭으로 빠졌다. 반면 중남미(2억9천만달러·23.7%)와 오세아니아(3억6천만달러·20.1%) 시장에서는 증가세를 보였다.
수출 전선에서 버팀목 역할을 한 것은 친환경차였다. 4월 친환경차 수출은 9만508대로 전년 동기 대비 22.8% 늘었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차가 5만8천46대로 24.5% 증가하며 전체 친환경차 수출의 64%를 차지했다. 전기차 역시 3만198대로 42.6% 늘어 수출 성장을 뒷받침했다. 다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는 2천259대로 61.7% 급감해 대조를 이뤘다.